저녁 밥상 앞에 앉은 한준이가 “반찬이 없잖아요!”하더니 뽀로통한 채 입술을 쑤욱 내밀었습니다.
“방학하면 점심을 굶게 되는 가난한 친구들도 있다고, 네가 그랬지? 그러면서 반찬 투정이야!”
엄마의 꾸중에 한준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죄송합니다!”하고 머리를 꾸벅했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시장 가기가 겁나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엄마의 말씀에 서연이가 “스태그플레이션이 뭐예요?”하며 고개를 갸웃합니다.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물가까지 오르는 걸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거야. 물가가 내리지는 않고 계속 오르기만 하는 걸 인플레이션이라고 하잖아? 경제가 침체되었다는 뜻의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가 오른다는 뜻의 ‘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지.”
냉수를 한 모금 들이켜신 아빠가 말씀을 계속하십니다.
“그러니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라는 두 가지 나쁜 일이 한꺼번에 닥치는 것을 뜻하는 거야.”
엄마가 “이상하네요. 일반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면 실업자가 늘어나고, 실업자가 늘면 지출을 줄이게 되죠, 그러면 물건이 안 팔려서 자연히 물가가 떨어지잖아요. 실업률과 물가는 반비례하는 거 아닌가요?”하시며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지만, 주로 국제 석유 가격 같은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를 때 두 가지가 다 한꺼번에 오는 경우도 있어요.”
“아… 10년 전인가 중동전쟁이 일어났을 때 물가가 마구 오르고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왔었죠? 그게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었군요.”하고,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맞아. 석유가 가장 많이 나는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니까 석유 값이 치솟았지. 수입 물가가 오르면 기업들은 제품 값을 올리게 되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물건을 덜 사게 되니까 결국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이 늘어나게 되는 거지.”
“요즈음도 그 때처럼 국제 석유 값이 오르니까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소리들이 나오는 거로군요. 그렇지만 정부에서는 그런 일 없을 거라니까 걱정 안해도 되겠죠, 뭐. 그렇지만 어려운 사람들은 살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때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한준이가 “엄마, 제가 반찬 투정 안할 테니까요, 방학 동안에 도시락 두 개 싸주실래요? 할머니랑 사는 태규란 애가 있는데요, 걔랑 나눠 먹게요.” 합니다.
잠깐 어리둥절해하시던 엄마가 함빡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 김인철(KDI 경제정보센터 정책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