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혼인색을 띤 큰가시고기

4월, 물이끼가 푸릇푸릇 번져가는 봄의 강물 속에서 자그만 새끼 물고기들이 즐겁게 노닐고 있었어요. 그때 커다란 메기가 슬그머니 새끼 물고기들한테 다가왔어요. 순간, 메기의 앞을 딱 가로막는 정의의 사자가 있었답니다. 등에 크고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는 물고기, 바로 큰가시고기였지요.

큰가시고기는 새끼한테 위협이 닥치면 목숨까지 걸고 맞서 싸울 만큼 새끼 사랑이 극진해요. 더구나 메기가 만만하게 맞설 수 있는 약한 상대도 아니었지요. 결국 메기는 슬그머니 몸을 틀어 물풀 사이로 사라져 버렸답니다.


아기들이 지낼 둥지는 튼튼한가요?

큰가시고기는 다 자라도 몸 길이가 11cm밖에 안 되는 작은 물고기예요. 하지만 이 자그만 물고기를 당해낼 물고기는 많지 않답니다. 큰가시고기의 등에 솟아 있는 크고 단단한 가시에 찔리면 큰 상처를 입기 때문이지요.

큰가시고기는 자라서는 바다에서 지내다가 3월이 되면 고향인 강으로 돌아와 번식기를 맞이해요. 이때 큰가시고기 수컷은 등이 청록색으로 바뀌고 아가미 뚜껑이 붉은색으로 바뀌어 짝을 맞을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립니다. 이것을 혼인색이라고 하지요. 큰가시고기는 혼인색을 띠면 먼저 강바닥에 정성껏 둥지부터 만들어요. 강바닥의 모래를 입으로 퍼내 지름 5㎝의 얕은 구덩이를 판 다음, 갈대 잎이나 뿌리 부스러기들을 모아 둥지를 만드는 거예요. 둥지가 완성되면 비로소 수컷은 암컷을 맞아 짝짓기를 하고, 둥지 안에 알을 낳게 하지요.

큰가시고기 수컷은 둥지가 알로 가득 찰 때까지 다른 암컷들과 짝짓기를 해요. 그리고 암컷들을 떠나 보내고 알과 어린 새끼들을 혼자 힘으로 보살핀답니다.

아내가 남긴 소중한 선물

아빠 큰가시고기가 새끼들을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둥지에 신선한 새 물을 공급하는 거예요. 둥지 속에 물이 고여 있으면 신선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알이 썩고 말거든요. 그래서 아빠 큰가시고기는 둥지 입구에서 내내 지느러미를 흔들어 둥지 속으로 새 물을 흘려 보내요. 또 둥지 안의 알을 모두 꺼내 한 번씩 위치를 바꾸기도 한답니다. 알에 신선한 산소가 골고루 공급되게 하려는 거지요.

새끼 큰가시고기들은 아빠가 알을 보살핀 지 8일이 지나면 깨어나기 시작해요. 그런데 여러 암컷들이 시간 간격을 두고 알을 낳았기 때문에 새끼들도 시간 간격을 두고 깨어나지요. 그 탓에 새끼들이 깨어날 무렵이 되면 아빠 큰가시고기는 정신 없이 바빠진답니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새끼들을 위해 둥지 속에 새 물을 공급하랴, 부화해 둥지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는 어린 새끼들을 둥지 속에 도로 집어넣으랴 바쁜 와중에 사냥꾼들까지 물리쳐야 하니까요.


아빠 큰가시고기의 죽음

아빠 큰가시고기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에 새끼 큰가시고기들은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 되면 너른 바다로 떠날 채비를 시작해요. 그런데 이 무렵이 되면 아빠 큰가시고기의 모습이 도통 보이질 않는답니다.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무렵이 되면 아빠 큰가시고기는 물풀 숲으로 가서 남몰래 숨을 헐떡거려요. 혼자 몸으로 알을 지키랴, 새끼들을 보살피랴, 지칠 대로 지쳐서 이제 이 깊고 어두운 물풀 숲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거예요.

목숨이 다하도록 알과 새끼들을 보살피는 아빠 큰가시고기. 그 큰 사랑과 정성은 바다로 떠나가는 새끼들의 앞길을 환히 밝혀 줄 거예요.

[한가지 더 알아볼까요!]

큰가시고기의 둥지는 어떻게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을까?
둥지를 지을 때 큰가시고기는 콩팥에서 풀처럼 끈끈한 점액을 토해 내 둥지 재료들을 서로 단단하게 붙여요. 그래서 둥지가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는답니다.

[NIE 신문의로 공부해요]

- 큰가시고기 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등이 청록색으로 바뀌고 아가미 뚜껑이 붉은색으로 바뀐답니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부를까요?
- 큰가시고기가 둥지에서 지느러미를 흔드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 햇살과나무꾼 글, 이선주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