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영어학원 하나 없는 도시 변두리 마을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요즘 영어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영어 공부는 이제 ‘놀이’가 됐고, 친구들 간에 간단한 영어로 안부를 묻는 것이 자연스럽다. 부산 강서구 세산초등학교의 모습이다.

이 학교 어린이들은 1년 전만 해도 ‘영어 벙어리’나 다름 없었다. 지난해 9월 초빙교장으로 부임한 최병무 교장 선생님이 이 학교에 ‘잉글리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최 교장은 다섯 달 동안 뛰어다닌 끝에 캐나다 출신 원어민 선생님(데니스 데자뎅·26세)을 모셔왔다.

학기 초 영어시간은 선생님과 학생 모두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다. 연신 질문을 던지는 외국인 선생님을 향해 한 일(一)자의 꽉 다문 어린이들의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영어 전담을 맡고 있는 박규리 선생님은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려고 정규교과 시간뿐 아니라 방과후 프로그램에도 전교생(89명)이 주 3일은 참여할 수 있는 원어민 회화 시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 중에는 2주간의 영어캠프도 열었다.

두려움이 재미로 바뀌자 학생들의 태도는 확 바뀌었다. 어린이들은 서로 먼저 발표하려고 했고, 쉬는 시간에도 데니스 선생님을 홀로 두지 않았다. 정유정 양(5년)은 “영어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했고, 박치호 군(5년)은 “외국인을 만나도 먼저 말을 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세산초등 어린이들은 지난 23일 가진 개교 60주년 학예회에서 전교생이 원어민 선생님과 간단히 대화하는 ‘전교생이 원어민과 말할 수 있어요’ 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최병무 교장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꿈을 키울 수 있게 더욱 효과적인 영어 수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