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헤어지는 왕사마귀 형제들, 소똥경단을 만드는 기하학자 왕소똥구리, 3억 5000만 년 동안 번성해온 곡예사 잠자리, 술을 좋아하는 사슴벌레, 여행객의 길 안내자인 길앞잡이)…. 정겹고 쉽게 익힐 수 있는 한국 곤충의 특성들이다.

곤충생태 전문가인 김정환 소장(61세·고려곤충연구소)이 ‘한국 곤충기’(진선북스, 4만8000원)를 펴냈다. 4억년 전부터 한반도에 터전을 마련한 한국곤충은 약 3만 3000여 종. 이 중 900여 종의 한국곤충 생태를 2000여 장의 사진에 담은 곤충도감이다. 특히 ‘한국 곤충’의 감춰진 일상 생활을 여러 장의 사진에 차곡차곡 담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 충북 용두산에서 찍은 참매미

김정환 소장은 “초등학생들이 100년 전 파브르가 쓴 ‘파브르 곤충기’에 의존해 곤충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게 안타까웠다”면서 “15년간 준비 끝에 ‘한국 곤충기’를 펴냈다”고 말했다. 25년간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곤충 연구에만 매달려 온 김 소장은 그동안 20여 권의 곤충 책을 썼다.

또 이 책은 한국 곤충의 생태적 변화를 초봄·봄·초여름·여름·가을·겨울 등 6계절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곤충은 초봄과 초여름이 뚜렷이 구분되는 게 특징이다. 이런 특징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 탁월하다. 읽다 보면, 우화(羽化) 직전 잠자리의 힘겨운 숨소리와 나비의 화려한 날갯짓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곤충은 탄생과 성장, 경쟁, 사랑, 그리고 죽음까지 일생을 짧은 기간에 볼 수 있고, 집에서 키울 수도 있어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 같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황윤억 기자 gold@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