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전통음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독특한 색감이나 조리법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조선시대 왕과 왕비에게 올린 수라상은 우리 음식 중에서도 최고봉이다.

수라상은 전국 8도 각지에서 올라온 각종 특산물로 최고의 요리사인 대령숙수와 주방 상궁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상을 차릴 때는 대원반, 곁반, 책상반이라고 불리는 세 개의 상을 사용하는데 기본 음식과 12가지의 반찬이 올라가는 12첩 반상을 원칙으로 했다.

기본 음식으로는 밥, 국(미역국, 곰국), 김치, 장, 찌개, 찜, 전골 등이 오르고 반찬으로는 삼색나물, 무생채, 너비아니(얄팍하게 저며 갖은 양념을 하여 구운 쇠고기) 등 구이, 조림, 전, 적, 자반, 젓갈, 회, 편육, 장과, 별찬 등 12가지가 올랐다. 임금이 드시는 수저는 은이나 상아에 금테를 두른 것을 사용했다.

왕의 식사는 하루 총 다섯 차례 차려지는데 이른 아침 미음, 죽 등을 올리고, 아침 수라, 점심 낮것상, 저녁 수라, 밤에 내는 야참 등이 있었다. 아침 수라는 오전 10시쯤, 저녁 수라는 오후 5시쯤에 올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왕이 식사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기미(氣味)’라는 절차를 거쳤다. 담당 상궁이 미리 음식을 먹어 상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독극물은 들어 있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왕이라지만 그 많은 음식을 모두 먹을 수 있었을까? 답은 물론 ‘아니오’다. 그럼 그 많은 음식은 다 어떻게 했을까? 조선시대에는 ‘물림상’이라고 하여 왕이나 양반이 먹고 남은 음식을 아랫사람들이 먹게 했다. 특히 왕이 남긴 음식은 신임받는 관료들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에 큰 영광으로 생각했다.

수라상은 나라의 가장 웃어른의 식사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특히 가뭄이나 기근, 외적의 침입 등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임금의 덕이 부족해 생긴 일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는 ‘감선(減膳)’을 지시했다. 백성과 어려움을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조선왕조실록 영조 29년(1753년)에는 “가을 새벽에 빗소리가 지나치게 많다”고 하여, 정조 22년(1798년)에는 “우레(천둥)가 쳤다”고 하여 각각 10일과 3일씩 반찬을 줄인 것을 볼 때 ‘감선’은 꽤 자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 알아보기

△전통 반상(飯床)의 종류= 3첩, 5첩, 7첩, 9첩, 12첩의 5종류로 나뉘는데 여기서 ‘첩’은 밥, 국, 김치, 찌개, 장을 제외한 반찬의 가짓수를 뜻한다. 임금에게 올리는 것은 수라상, 어른에게 올리는 것은 진지상, 아랫사람에게는 밥상이라고 불렀다.
 

◆검색어

수라(水剌), 수라간, 소주방( 廚房), 감선(減膳)


 /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소년조선일보ㆍ국사편찬위원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