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야외 미술관이다. 2000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답게 곳곳에 훌륭한 건축물들이 있고, 한해 평균 약 2000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많은 건축물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년)가 설계하고 직접 건축감독을 맡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교회)이다. 가로 150m, 세로 60m, 최고 높이 170m의 이 건물은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네오 고딕식 건축 양식이지만, 여타 건물들과 확연히 다르다.

당시 건축에서 직선과 각(角)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이 건물에서 직선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체 모양을 보면 아랫부분은 땅으로 가라앉은 것 같고, 옥수수 같은 첨탑들은 하늘로 솟구치는 불꽃을 연상시킨다. 교회 구조는 크게 3개의 파사드(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로 이뤄져 있고 각 파사드에는 4개의 첨탑이 세워졌는데, 이는 예수의 제자인 12사도를 뜻한다. 곳곳에 자리잡은 예수탄생을 묘사한 조각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고, 내부의 둥근 천장은 나무처럼 생긴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천장은 별 무늬로 가득하다.

건축가 가우디에게 ‘직선은 인간의 선’이었고, ‘곡선은 신의 선’이었다. 그리고 이 ‘신의 선’은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구름과 파도, 나무 등의 자연에서 따온 것이었다. 가우디는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소년시절을 보냈다. 다섯 살 때 시작된 관절염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 가우디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성가족교회' 전경.1882년 시작된 공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건축전문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그는 자연을 건축에 결합시켰다. 대담하고 혁신적인 그의 설계는 교수들 사이에서 늘 논란거리였고, 그에 대한 평가는 ‘천재 아니면 미치광이’였다. 다행히 가우디는 졸업 즈음 부유한 은행가문 출신의 구엘을 만났다. 그의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본 구엘은 가우디의 평생 후원자가 됐다.

성가족교회는 오랜 공사 기간으로도 유명하다. 1882년 시작된 공사는 126년이 흐른 지금도 진행 중이다. 완공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후원자들의 기부금과 관광객들의 헌금만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0년, 심지어 200년이 더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성가족교회처럼 파격적인 건물이 몇 개 더 있다. 공동주택 ‘카사밀라’는 밀가루로 반죽한 것 같고, 구엘공원은 파도가 출렁이는 모습이다. 모두 가우디 작품이다.

평생을 독신으로 산 가우디는 성가족교회 공사 현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전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72년의 일생 중 44년을 성가족교회에 매달렸던 가우디는 이런 말을 남겼다. “바르셀로나는 훗날 이 건물로 인해 유명해질 것이다.” 그의 꿈은 현실이 됐다.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