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멸망 이후 당나라로 끌려간 의자왕 등 백제 왕족들의 행적을 밝혀줄 단서가 발견됐다. 김영관 청계천문화관장은 “중국 산시성 고고연구소가 2004년 시안(西安)에 있는 당 고조의 무덤 헌릉 주변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백제 의자왕의 증손녀 부여태비와 남편 이옹의 묘지 및 묘비석을 발견했다”며 “비문을 판독해 부여태비의 생애와 의자왕 후손의 가계도를 밝혀냈다”고 14일 밝혔다.

김 관장에 따르면, 의자왕의 아들 부여융은 문사·문선·덕장 등 세 아들을 두었고, 부여덕장의 둘째 딸 부여태비가 당 현종의 삼촌뻘 황족인 이옹과 혼인해 5명의 아들을 두었다는 것이다. 부여태비의 묘지 덮개 돌에는 ‘당고괵왕비묘부여지명’(唐故 王妃墓扶餘誌銘·당나라 괵왕의 부여씨 성을 가진 왕비의 묘·사진)이라 새겨져 있다.

김 관장은 “비문에는 부여태비가 봄날의 숲과 가을 단풍 같이 아름답고, 이옹과 결혼한 뒤 집안을 일으킬 만큼 높은 덕성을 지닌 인물로 표현되어 있다”며 “부여태비의 혼인으로 볼 때 의자왕이 당에서 갖은 핍박 속에 병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