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만화를 말하다] "자두야는 제 경험과 추억담이에요"
입력 : 2009.07.13 09:44 / 수정 : 2009.07.13 15:24

'안녕?! 자두야'의 이빈 작가
어린시절 이야기 고스란히 작품에 담아 '만화광' 아버지 영향받아 만화가 꿈 키워
할머니 될 때까지 '…자두야' 연재하고파
한국만화100주년기념위원회·소년조선일보공동기획

 [만화가, 만화를 말하다] "자두야는 제 경험과 추억담이에요"

달고나, 뽑기, 딱지치기, 완행열차, 소독차, 종이인형 놀이, 채변봉투, 연탄보일러, 600만 달러의 사나이. 만화 ‘안녕?! 자두야!!’는 1980년대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아기자기한 추억이 가득 담긴 작품이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13년째 한 어린이 잡지에 장기 연재 중인 이 작품은 순정만화가 이빈 씨(39세)의 유일한 명랑만화 작품. 어린이들에게는 올컬러판으로 출간된 ‘엄마는 단짝’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다. 술을 좋아하는 허풍쟁이 아빠와 뽀글파마 머리의 짠돌이 엄마, 말괄량이 골목대장 최자두와 두 동생 등 자두네 다섯 가족의 소박한 삶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이빈 작가. 그를 경기도 고양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명랑만화를 그리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1997년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이 아동잡지를 창간하면서 만화 연재를 부탁하셨어요. 다른 연재도 하고 있던 중이어서 ‘순정만화’보다 ‘명랑만화’로 그리면 좀 더 쉬울 것 같아 시작하게 됐지요. 가볍게 시작했던 작품인데 지금은 대표작이 됐어요.”


자전적 작품이라고 들었어요.
“주인공 ‘자두’는 실제 저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캐릭터랍니다. 다섯 가족의 구성도 똑같아요. 만화 속에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 역시 거의 제 경험과 추억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지요. 그래서 더 진실되게 느껴진다는 독자들도 있어요.”

	'자두'만큼이나 명랑하고 웃음이 많은 이빈 작가. 작가는“나의 만화 속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양=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자두'만큼이나 명랑하고 웃음이 많은 이빈 작가. 작가는“나의 만화 속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양=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완행열차’ 편이에요. 자두네 가족이 12시간 걸리는 완행열차를 타고 시골 외할머니댁에 가는 길이었어요. 정차역에서 가락국수를 사먹게 됐는데 기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아버지가 국수 국물을 들고 열차를 쫓기 시작하지요. 기차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자두의 아버지는 ‘소주 안주’ 해야 한다면서, 끝까지 국물을 들고 뛰어 마침내 기차에 올라타요. 실제 저의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자두야’ 만화의 인기 비결은 뭘까요?
“어른들에게는 오래된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엄마·아빠의 어린 시절을 보며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인기 비결인 것 같아요. 말괄량이지만 속 깊은 ‘자두’라는 작은 소녀의 매력도 한몫 했겠지요.”


게임과 애니메이션 제작을 준비 중이라면서요?
“자두의 에피소드 중 재미있는 것들만 뽑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있어요. 12월쯤 만화전문 채널에서 방영될 예정입니다. 또 게임으로도 제작돼 곧 선보입니다. ‘자두의 성공시대’라는 게임으로, 원작에 등장했던 자두의 동네와 자두 가족, 친구가 그대로 등장하고, 장사를 하거나 구슬치기나 딱지 따먹기 등 놀이를 즐길 수 있어요.”

 [만화가, 만화를 말하다] "자두야는 제 경험과 추억담이에요"

만화는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만화광’이셨던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매일 퇴근길에 만화책을 잔뜩 빌려오셨지요. 새벽에 화장실에 가다 보면 만화책이 마루에 수북이 쌓여 있었고, 그 자리에서 만화책을 보다 밤을 새우기도 했어요. 한글도 만화책을 읽으면서 깨쳤어요. 다른 부모님들은 벽에 만화를 그리면 혼을 내는데 저희 아버지는 혼을 내기는커녕 잘 그린다며 칭찬을 해주셨지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베르사유 장미’를 보고 순정만화의 세계에 눈을 떴고, 황미나·한승원 작가의 만화를 읽으며 순정만화 작가를 꿈꿨다는 이빈 작가. 중3 때 아마추어 동호회 ‘결’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며, 1991년 ‘나는 깍두기’로 데뷔한 뒤 ‘포스트 모더니즘 시티’, ‘걸즈’, ‘크레이지 러브스토리’, ‘ONE’, ‘개똥이’ 등 개성 있는 작품을 쏟아내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앞으로의 꿈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안녕?! 자두야’를 연재하는 게 꿈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나올 ‘자두’도 많은 인기를 얻었으면 좋겠고, 김수정 작가님의 ‘둘리’처럼 국민 캐릭터로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만화가 이빈은…

▲ 본명: 박은지

▲ 출생: 1970년 3월 6일 서울 출생

▲ 데뷔작: 나는 깍두기(1991년)

▲ 대표작: 포스트모더니즘 시티(1997년), 걸즈(1999년), 크레이지 러브스토리(1997년), 안녕 자두야(1997년), ONE(1998년), 개똥이(2002년)


/고양=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