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사냥꾼 잠자리

‘쌩~.’

하고 하늘 높이 솟아올라 공중에서 선회하며 사냥감을 찾는 독수리는 최고의 사냥꾼이다.

독수리 잠자리는 사냥하는 기술, 비행하는 솜씨, 부리부리한 눈까지 독수리를 꼭 빼닮았다. 잠자리는 1초에 100번이나 날갯짓을 하며 비행하기 때문에 곤충계의 최고 비행사로 꼽힌다. 펄럭거리며 날아가다가 갑자기 새처럼 날개를 쭉 펴고 활공도 한다. 이처럼 잠자리는 바람을 잘 이용하기 때문에 날개가 작아도 시속 56㎞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쩝쩝~.’

잠자리의 레이더에 먹잇감이 포착됐다. 이윽고 잠자리는 긴 다리를 바구니처럼 만들고 재빨리 날아가 순식간에 먹잇감을 낚아챈다. 먹이를 감싸고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더니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잠자리의 잔인한 포식성은 애벌레인 ‘수채’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물속에 사는 수채는 큰 턱을 길게 뻗어 새끼 물고기, 미생물, 곤충의 유충, 우렁이 등을 사냥한다.

‘쑥쑥~.’

수채는 10~15회의 탈피를 거쳐 잠자리가 된다. 날개가 생긴 잠자리는 하늘로 날아올라 짝을 찾기에 바쁘다. 하늘 위를 비행하던 수컷 잠자리가 배 끝에 있는 교미부속기로 암컷의 머리를 잡아챈다. 암컷이 아무리 다른 곳으로 날아가려고 발버둥쳐도 수컷은 놓치지 않는다. 결국 암컷은 배를 앞쪽으로 둥글게 말아서 수컷의 배 밑 부분에 있는 짝짓기 기관에 가져다 댄다. 이렇게 사랑이 완성되면 암컷은 물가에 부딪혀서 알을 낳거나 공중에서 알을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알을 낳는다.

‘포르르~.’

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잠자리는 실잠자리류의 물잠자리와 실잠자리다. 여유롭게 깨끗한 시냇가를 노니는 모습에 한가로움이 묻어난다. 특히 야산이나 들판의 수초가 풍부한 시냇가는 검은 빛깔의 날개가 특징인 물잠자리들의 천국이다. 물잠자리와 실잠자리들은 쉴 때 나비처럼 날개를 접고 앉는다. 더욱이 날개 4장의 크기가 모두 똑같아서 한 장으로 포개진다. 보통 잠자리는 쉴 때 나방처럼 날개를 펴고 앉을 뿐 아니라 앞날개와 뒷날개의 크기가 다르다.

‘나풀~나풀~.’

실잠자리들의 비행 실력은 잠자리들에 비해 형편없다. 그래서 멀리 이동하지 않고 호수·연못·저수지처럼 자신이 태어난 주변을 배회하며 생활한다.

▲ 왕잠자리류의 수채.

잠자리와 마찬가지로 수컷 실잠자리는 암컷의 목 부분을 교미부속기로 꽉 잡는다. 그렇게 되면 암컷 실잠자리는 배를 둥글게 말게 되는데 그때 모양이 마치 하트 모양처럼 보인다. 예쁜 사랑을 하다가도 혹시라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 다른 풀잎으로 옮겨 다니면서 계속 사랑을 한다. 사랑이 끝나면 암컷은 주로 수생식물의 줄기나 잎의 조직에 알을 낳는다.

잠자리는 고생대에 출현한 매우 오래된 곤충이다. 가장 오래된 잠자리 화석인 ‘메가네우라’는 날개를 편 길이가 75㎝에 이르는 거대잠자리였다.

그러나 중생대가 되자 산소부족 등의 기후변화로 대형 잠자리는 대부분 멸종했고, 다양한 작은 잠자리들이 출현했다. 잠자리는 딱정벌레나 벌처럼 날개를 배 위에 접을 수 없는 원시적인 곤충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지구에 적응하면서 탁월한 비행술을 익힌 최고의 비행사다.

◆잠자리목(Odonata)은?

잠자리는 비행솜씨가 뛰어난 대신 딱정벌레처럼 다리는 잘 발달하지 않았다. 잠자리의 다리는 먹이를 잡거나 앉아 있는 데만 유리하고 기어다니기에는 불편하다.

잠자리는 대부분은 1년생이지만 1년에 2번 세대를 거치는 종류도 있고, 유충으로 3~4년을 지내는 장수잠자리도 있다. 대부분은 연못·저수지처럼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사는 정수성이지만, 물 흐름이 빠른 하천에 사는 유수성 종도 있다. 전 세계에 5000여 종, 우리나라에는 106종이 살고 있으며 주로 온난한 기후에서 더 많이 서식한다.


/ 한영식(곤충 연구가)
  소년조선일보·사이언스북스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