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구름이 이야기하였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정채봉 작가(1946~2001년)의 짧은 동화를 그림책으로 꾸몄다. 정채봉 작가는 흰구름이 세상 곳곳을 떠다니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동화를 통해 맑고 순수한 마음, 더불어 함께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썼다.

흰구름은 산속 깊은 곳에 머무는 한 스님의 삶을 들여다본다. 눈이 크고 키가 큰 스님은 물빛보다 맑은 눈빛을 지녔다.

늦가을 어느 날, 스님은 개울 한쪽 귀퉁이에서 파란 융단 같은 이끼를 쓰고 있는 작은 돌 하나를 발견하고는 거처로 데려온다. 추운 겨울 이끼가 얼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방으로 데려와서는 돌이끼와 방안 물건들이 서로 낯설지 않게 인사를 나누게 한다. 그리고 봄이 되자 스님은 예전 자리에 돌을 다시 가져다 놓는다.

세상 사람들 눈에는 하찮게 보이는 생명들조차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스님의 마음이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굵고 담대한 선과 과감한 색들이 어우러진 그림은 동화를 더욱 맑고 빛나게 한다. 길벗어린이, 1만 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