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곶이벌’로 불린 뚝섬

하지만 뚝섬보다 먼저 널리 불린 이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살곶이벌’입니다. 이 이름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은 아버지를 도와 조선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 없자 배다른 형제 둘을 죽이고 정종에 이어 임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태조는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임금의 자리가 욕심이 나서 형제들을 죽여? 방원이 이놈은 아들로 치지 않겠다.”

태조는 부자의 인연을 끊겠다며 고향인 함흥으로 가 버렸습니다.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의 노여움을 풀고 임금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모셔 오려고 함흥으로 사신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태종을 미워하는 태조는 사신이 올 때마다 모두 죽여 버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말이 ‘함흥차사’입니다. 한번 가기만 하면 깜깜소식이라는 뜻으로, 심부름을 가서 오지 않거나 소식이 없을 때 쓰이는 말입니다.

이때 박순이라는 사람이 사신으로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는 태조가 임금이 되기 전부터 친한 친구였습니다. 박순은 함흥으로 갈 때 새끼 말과 어미 말을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는 태조의 집 근처에 새끼 말과 어미 말을 따로 매어 두고 태조를 찾아갔습니다.

두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미 말을 애타게 찾는 새끼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박순이 태조에게 말했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도 어미가 그리워 저리 슬프게 우는데,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저는 전하의 명을 받들어 마마를 모시러 왔습니다.”

하지만 박순도 다른 사람들처럼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 태조는 무학대사의 간곡한 청으로 서울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때 하륜이라는 신하가 말했습니다.

“상왕 마마가 성격이 워낙 불 같은 분이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환영 연회장에 높은 기둥을 여러 개 세우고 차일을 치시기 바랍니다.”

태종은 하륜이 건의한 대로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뚝섬 환영 연회장에 나타난 태조는 태종의 얼굴을 보자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활을 들어 태종을 향해 쏘았습니다. 태종은 기둥 뒤로 몸을 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화살은 기둥에 꽂혀 버렸습니다. 이때부터 뚝섬은 화살이 날아와 꽂힌 곳이라고 ‘살곶이벌’이라 불렀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이곳에서 군사 훈련을 받던 병사들이 활솜씨를 겨루었다고 하여 ‘살곶이벌’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끝>

살곶이벌의 명물, 평지같이 견고한 ‘살곶이다리’

살곶이다리는 한양대와 뚝섬 사이에 있는 다리로, 사적 제160호로 지정됐다. 조선 시대 다리 중 가장 길다.

다리 공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상왕인 태종이었다. 아들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그는 살곶이벌 부근에 있는 행궁으로 자주 행차를 했다. 그러다 보니 신하들이 개천을 건너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에 태종은 이곳에 다리 공사를 명령했다. 하지만 공사가 쉽지 않아 20여 일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다리가 완성된 것은 1483년이었다. 길이 258척(78m), 너비 20척(6m)으로 매우 튼튼한 돌다리였다. 성종은 이 다리를 건너보고 “집처럼 편안하고 평지를 밟는 것 같다”며 ‘제반교’라고 이름 지었다. 살곶이다리는 대원군이 경복궁을 지을 때 모자라는 돌을 보태려고 다리의 반을 헐어 훼손됐다. 다시 복원된 것은 197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