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과학은 흐른다｜신영희 만화｜정혜용 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의사는 마치 점쟁이 같았다. 환자를 치료할 때 마술을 함께 썼고, 점을 쳐서 신에게 처방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과학적 진료 속에서도 의학은 조금씩 발달해가고 있었다.

발병의 원인을 신의 노여움 때문으로 여겼던 당시 의사들은 염소나 양의 간을 두고 점을 쳤는데, 이는 신체의 피가 모이는 간이 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동물의 내장 연구가 시작됐고, 이 전통은 고대 로마까지 이어져 의학 발전의 주요 계기가 된 동물해부학의 기반이 됐다.

▲ ‘NEW 과학은 흐른다’의 등장인물들. 임경순 포스 텍 교수는 추천의 글에서 “만화로 과학을 설명하 면 내용이 빈약할 수 있 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제대로 기획된 만화라면 이런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인류 문명의 역사가 그렇듯, 과학 역시 오랜 시행착오 속에서 발전해왔다.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타고 흘러온 숱한 세월 속에서 깎이고, 쌓이고, 다듬어진 각종 연구와 이론, 발견 등이 지금의 첨단과학을 일궈낸 것이다.

책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물 흐르듯 담아냈다. 과학을 역사의 틀 속에 집어넣고 만화의 옷을 입힘으로써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지식의 동이 트기 시작한 ‘석기 시대’부터 과학이 서서히 정착하게 된 17~18세기 ‘과학혁명 시대’까지의 인간 발자취를 간결하게 정리했다.

아리스토텔레스·프톨레마이오스·갈릴레이·뉴턴 등 시대를 초월하는 통찰력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대목에선 위인전을 읽는 듯하다. 석기 시대에서 고대 이집트·그리스·로마 문명, 르네상스를 지나 유럽의 절대왕정, 그리고 근대 과학혁명으로 이어지는 장구한 과학의 역사와 마주 하다 보면, 마치 세계사를 접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천동설과 지동설, 만유인력 등 암기로만 익혔던 복잡한 과학공식을 이해하기 쉽게 엮은 과학교과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려는 과학은 어렵고 딱딱한 이론의 나열이 아닌, 단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발견하고 발전시켜온 삶의 방식일 뿐일지도 모른다.

“지식의 역사에선 땀 냄새가 납니다.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뛰어다녔을 사람들의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성공하여 아름다운 이름을 역사에 남긴 사람이건 가뭇없이 사라진 무명자이건 그들은 진지하게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작가 서문 중)

2005년 청년사에서 출간된 ‘과학은 흐른다’를 새로 꾸며 재출간한 책이다. 부키,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