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참가 어린이가 우주복 차림으로 '우주 체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그림을 잘 들여다봐. 벽에 그려진 새들이 진짜 새로 변했네. 어떻게 된 걸까?”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너 나 할 것없이 술술 얘기 보따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구민지 양(전북 전주 동신초등 6년). “이 벽화를 그린 사람은 새를 아주 사랑했을 거예요. 새를 그려넣곤 매일매일 진짜 새가 되게 해 달라고빌었겠죠. 감동하신 신(神)이 그 소원을 들어주신 것 아닐까요?”

민지의 말을 받아 얘길 이어간 건 채익수 군(광주 화정남초등 4년)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신은 지구에 불시착(不時着·목적지에 이르기 전 예정되지 않은 장소에 착륙함)한 외계인이었어요. 원래 신의 고향은 ‘얼렁뚱땅’ 이었을 거예요.”

꼬리에 꼬리를 문 얘기가 더해져 ‘얼렁뚱땅’ 한 편의 연극으로 빚어지고 있는 이곳은 전남 고흥 나로도 청소년우주체험센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제2회 창의예술캠프’ 가 진행 중인 현장이다. ‘우락부락시즌2’ 란 부제가 붙은 이 행사는 지난 16일 2박3일의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참가자는 전국에서 모여든 저소득층·다문화가정어린이(초등 4~6년생) 150여 명. 우락부락(友樂部落))이란 ‘친구들과 즐기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캠프’란 뜻이다.

캠프 현장을 찾은 지난 17일 오후, 청소년우주체험센터 곳곳에선 ‘과학과 예술의 만남’ 을 주제로 한 10개의 놀이수업이 한창이었다. 친구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연극한  편을 완성하는 ‘숨겨진 열쇠를 찾아서’, 직접 만든 LED(발광다이오드) 자석으로 감정을 표현해보는 ‘LED 놀이터’등이 대표적 프로그램.

또 다른 놀이수업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캠프장 주변의 다양한 소리를 채집해 ‘나만의 소리엽서’ 를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 박민정 양(울산 약사초등 5년)은 50여 개의 소리를 녹음기에 담은 후 엄마에게 띄우는 편지로 소리엽서를 꾸몄다. “글씨는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있지만 세상에 제 목소린 오직 하나뿐이잖아요.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편지라고 생각하니 글로 쓸 때보다 훨씬 정성을 담게 돼요.”

놀이수업이 모두 끝난 건 밤 9시. 참가자들은 페어웰파티(farewell party·작별 행사)장에 모여 이틀간 조별로 완성한 성과물을 발표하며 캠프의 추억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대영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은 “참가자들이 이번 캠프를 통해 자신의 잠재력과 창조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