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제1회 난정초등학교 생일잔치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생일축하 공연을 위해 특별한 '밴드'가 준비하고 있답니다. '꿈두드림 밴드' 나와주세요!”

사회를 맡은 이정재 선생님의 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트럼펫 연주자가 무대 위로 나섰다. 번쩍번쩍 빛이 나는 은색 트럼펫을 입에 착 갖다댄 사람은 바로 이 학교 배요환 교장 선생님.

이어 검은색 베이스기타를 둘러멘 이종민 교감 선생님이 뛰어나왔다. 통기타 담당 박경섭선생님도 교감 선생님 옆에 어느새 자리 잡았다. 무대 왼쪽엔 드럼을 맡은 김성종 선생님이, 오른쪽엔 건반 연주자 김희도 군(4년)이 일찌감치 대기하고 있었다. 끝으로 정보라·설재호·박미현 선생님과 정은우·전재영 양(2년), 5명의 보컬이 마이크 앞에 섰다.

순간 조용해진 교실. 어린이들의 시선이 무대로 집중됐다. 부드러운 건반 반주가 시작됐다.

드럼 소리가 낮게 깔렸고, 트럼펫과 기타가 멜로디를 연주했다. 이날 공연 첫 곡은 ‘생일 축하합니다'. 어린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밴드 연주에 맞춰 3월 생일을 맞은 설진우(2년)·방석호(5년)·방유민(6년) 세 친구를 위한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강화도 창후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5분을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교동도. 전교생이라곤 19명이 전부인 인천 난정초등학교에서 지난달29일 ‘개교 이래 첫 합동 생일잔치'가 열렸다.

이날 단연 눈에 띈 건 선생님과 학생들로 구성된 ‘꿈두드림 밴드'였다. 밴드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아에이오우'(예민 노래)등을 잇달아 연주하며 흥겨운 생일 분위기를 더했다. 생일잔치의 주인공 석호는 “쑥스럽기도 하지만 기분이 정말 좋다”며 “멋진 공연을 준비해준 선생님·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난정초등에 밴드가 결성된 건 지난해 9월. 문화예술 교육에 남다른 관심이 있던 배요환 교장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우리 학교가 있는 교동도는 북한과 바로 마주 보고 있는 민간인통제구역이에요. 찾아오는 이도 드물고, 문화적으로도 매우 낙후돼 있죠. 이런 아이들에게 감수성과 자긍심을 길러주기 위해 지난 2009년 9월 부임 이후부터 피아노, 연극 등을 가르쳐왔어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김성종 선생님이 대학 시절 록그룹 드러머 출신이란 얘길 듣게 됐어요.‘ 이거다' 싶었죠.”

▲ 지난달 29일 마련된 생일잔치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진 우·석호·유민이.

배 교장 선생님은 곧바로 선생님들을 불러모아 밴드를 구성했다. 교장 선생님도 몇 년 전부터 취미로 배우던 트럼펫으로 밴드에 참여했다. 다른 선생님들도 악기를 하나씩 나눠 맡았다. 건반과 보컬엔 재학생들을 참여시켰다.

밴드는 3개월 뒤 학예회에서 첫 공연을 갖기로 하고 틈나는 대로 모여 연습에 열을 올렸다.

특히 선생님들은 밤 10시, 11시에도 밴드 연습을 위해 자리를 함께했다. 모든 선생님이 학교근처 사택에 모여 사는 섬마을 학교의 특성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종민 교감 선생님은 “베이스 기타는 처음이라 한 달 정도 애를 먹었다”며“그래도 함께 모여 연습하는 시간이 즐겁기만 했다”고 말했다.

학예회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밴드는 올 2월 졸업식과 3월 학부모총회 등 학교 행사 때마다 공연을 펼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배 교장 선생님은 “앞으로 더 갈고 닦아 인근 노인정이나 장애인복지시설 샬롬원에서도 공연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밴드에서 활약하는 김희도 군은 “선생님·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한다는 게 무척 자랑스럽다”며 “훗날 무대에 섰던 경험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