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피(Miffy)’와 ‘캐시(Cathy)’가 최근 화해의 악수를 했다고 합니다. 미피는 지난 1955년 네덜란드 동화작가 딕 브루나(84세)가 만든 토끼 캐릭터, 캐시는 ‘헬로키티’로 잘 알려진 일본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가 만든 토끼 캐릭터를 각각 일컫는데요. 둘 사이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9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 전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7일 미피의 저작권 대행업체 메르시스 BV(이하 ‘메르시스’)는 산리오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을 취하(取下·신청했던 일이나 서류 등을 취소함)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메르시스는 산리오의 캐릭터 캐시가 미피를 모방했다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법원에 관련 캐릭터 상품에 대한 판매금지 처분을 요청, 소송에서 이겼는데요. 산리오는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며 맞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어요.

두 회사는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각각 피해 구호 성금을 22만 달러(2억3800만원)씩 기부하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답니다. 브루나 씨는 일본 아사히신문에 “일본의 행복을 기원합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미피의 그림을 팩스로 보내기도 했어요. 산리오 측은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캐시 캐릭터 상품을 더 이상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 기념 ‘뽀로로 캐릭터 연등’ 사용 문제를 두고서였죠.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는 당시 서울 도심에서 펼쳐지는 연등축제 때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캐릭터 뽀로로를 본떠 만든 등(燈)을 선보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뽀로로 캐릭터 저작권자인 ‘오콘’이 이를 반대, 이미 만들어진 뽀로로 연등이 모두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됐답니다.

지난 2003년엔 국내 캐릭터 ‘마시마로’(2000년 김재인 씨가 만든 토끼 캐릭터, 귀와 다리가 짧고 뚱뚱하며 무표정한 얼굴이 특징적임)를 둘러싼 소송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서울지방법원은 송 모 씨 등을 “마시마로와 생김새가 비슷한 중국산(産) 인형을 시중에 판매했다”는 이유로 처벌했어요.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 등을 창작물로 표현한 사람이 해당 저작물에 대해 갖는 독점적 권리를 말합니다. 지난 13일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상담팀에 따르면 저작권은 별도 등록 없이도 성립됩니다. 어떤 화가가 그림을 완성하면 그와 동시에 화가가 해당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갖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에선 저작권법이 만들어진 1957년부터 캐릭터를 포함한 수많은 창작물의 저작권을 보호해왔습니다. 디자인이나 상표권과 달리 저작권은 별도 등록 절차가 필요 없어요. 다만 법적 보호를 받으려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물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 없이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마구잡이로 사용한다고 해요.

박인기 한국저작권위원회 기획홍보팀 과장은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어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보호하는 건 곧 자신의 저작물을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저작권은 엄연히 경제·문화적 가치를 지니는 재산이에요. 어린이들도 인터넷 등에서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할 때 저작권 침해 여부를 꼭 확인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