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역사학자들, 혹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결혼식 사진 본 적 있니? 오래돼 빛이 바랜 사진 속 두 분의 모습이 어땠니? 검은색 양복과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계시니, 아니면 우리나라 전통 혼례 복장을 하고 계시니?

만약 전통 혼례로 결혼식을 치르셨다면 할머니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렴. 원삼을 입고 머리엔 족두리를 쓰셨지? 또 볼엔 동그랗고 빨간 점 모양의 연지 곤지를 찍고 계실 거야. 연지 곤지는 너희에게도 익숙하지? 운동회나 학예회 때 자주 하는 꼭두각시 무용에서 여자아이들이 연지 곤지를 찍잖아. 머리엔 족두리를 쓰고 말이야. 그럼 족두리와 연지 곤지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걸까? 그건 바로 고려시대 때 들어온 몽골의 풍속이란다. 오늘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몽골의 풍속에 대해 들려줄게.

◆고려시대 여자들은 왜 일찍 결혼했을까?

너희 혹시 칭기즈칸(1155~1227년)이라고 들어봤니? 칭기즈는 이름, 칸은 몽골어로 ‘왕(王)’을 뜻해. 칭기즈칸은 중국과 중앙아시아, 동유럽 일대를 정복해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닌 몽골의 기초를 쌓은 인물이지.

고려 역시 몽골의 침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단다. 몽골의 고려 침입은 지난 1231년부터 시작됐어. 고려인들은 40년 이상 몽골에 맞서 싸웠지만 결국 몽골의 간섭을 피할 수 없게 됐단다. 몽골은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칸(1215~1294년) 때 나라 이름을 원(元)으로 바꾸며 100년 이상 고려를 간섭했어. 이 시기를 ‘원 간섭기’라고 하는데 우리 역사 중 어둡고 힘들었던 시절 중 하나로 꼽힌단다.

당시 고려의 왕들은 반드시 원나라 공주와 결혼해야 했어. 원나라는 그렇게 해서 고려를 ‘사위의 나라’로 삼았단다. 고려 왕들은 왕자 시절을 원나라에서 보내고 원나라 공주와 결혼한 후에야 비로소 고려로 돌아와 왕위에 오를 수 있었어. 마음속으론 ‘언제든 때가 되면 원의 간섭에서 벗어나 고려의 주인으로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당시 형편에선 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지.

원은 특히 고려에 여러 가지 특산물을 바치라고 요구했어. 인삼·자기·금은은 물론, 사냥용 매와 처녀까지 그 대상이 됐단다. 당시 원나라에 끌려간 여성을 ‘공녀’라고 불렀어. 공녀들은 원나라의 힘 있는 사람의 부인이나 첩, 노비가 됐고 운이 좋으면 궁녀나 높은 관리의 시녀가 됐어. 하지만 고려의 왕실과 백성은 불만이 컸어. 귀한 딸들을 빼앗기게 됐으니 말이야. 그래서 당시 고려엔 조혼(早婚·어린 나이에 일찍 결혼함) 풍습이 있었어. 딸을 공녀로 보내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

◆‘몽골풍’ 연지 곤지, ‘고려양’ 나전칠기

한편, 이 시기엔 두 나라의 교류가 활발해 생활에도 여러 변화가 생겨났어. 고려 왕비가 원나라 공주이다 보니 많은 몽골인이 고려에 들어와 살게 됐거든. 당시 고려에 전해진 몽골 문화를 가리켜 ‘몽골풍(風·풍습)’이라고 한단다. 몽골풍엔 몽골식 옷차림과 머리 모양, 몽골어 등이 포함돼 있어. 족두리와 도투락댕기, 연지 곤지 등이 대표적 예지.

족두리는 본래 몽골 귀부인이 외출할 때 쓰던 모자였는데 원나라 황태후가 고려 왕비나 귀부인에게 선물하면서 고려에 유행하게 됐어. 족두리는 이후 조선 영·정조 시대 때까지 널리 사용됐어. 왕의 밥상을 가리키는 ‘수라’, 궁궐에서 높은 사람을 일컫는 ‘마마’, 세자와 세자빈을 가리키는 ‘마누라’, 궁녀를 가리키는 ‘무수리’, 벼슬아치나 장사치처럼 사람을 가리키는 ‘치’ 등은 몽골어에 뿌리를 둔 말이란다.

이와 반대로 원나라에도 공녀로 끌려간 고려 여인 등을 통해 고려 풍속이 널리 유행했어. 이를 ‘고려양(樣·모양)’이라고 불렀어. 고려 의복·신발·모자 등과 상추쌈·떡·약과 등의 음식이 이때 전해졌지. 또한 당시 원 관리들은 방 안을 고려청자, 나전칠기, 화문석으로 꾸미곤 했어. 고려 종이와 먹도 큰 인기를 끌었단다.

이처럼 비록 평화로운 시기는 아니었지만 두 나라는 의식주와 관련,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어. 훗날 원에서 돌아온 고려 제31대 공민왕(1330~1374년)은 원나라의 풍습을 버리고 고려의 주인정신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어. 하지만 몽골의 언어와 풍속 중 일부는 새로운 전통이 돼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남아 있단다.

힘겨운 원 간섭기를 지나온 고려는 중국에 명나라가 들어서며 새로운 변화를 맞게 돼. 과연 고려의 앞날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다음 시간을 기대해주렴.

그럼 여기서 오늘의 퀴즈. 몽골은 오랫동안 고려를 괴롭혔단다. 몽골군의 침략이 한창이던 1236년, 고려는 부처님의 힘으로 몽골의 침략을 막아내고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16년간에 걸쳐 이것을 만들었어. 경남 합천 해인사에 보관돼 있는 이것의 이름은 뭘까? ①직지심체요절 ②무구정광대다라니경 ③팔만대장경 ④훈민정음

정답은 다음 호에 알려줄게. 

 윤준기 선생님은···
·중국 천진한국국제학교 근무
·2007 개정 국정 사회 5학년 교과서 집필
·2007 경기도교육청 으뜸교사상 수상
·한국역사학회 회원
·한국교총 우리역사연구회 회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장학자료 집필
·경기도교육청 장학자료 집필
·한국교총 주권 '독도의 날' 경기도 대표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