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왼발엔 자석처럼 항상 축구공이 붙어 있었다. 푸른 잔디가 깔린 멋진 축구장은 아니었지만 소년의 집은 에어 매트가 깔린 태권도장이었다. 소년은 다칠 염려 없이 맘껏 작은 그라운드를 누볐다. 도장에 다니는 초등생 형들과 매일 축구를 하며 어울렸다. 형들이 빠져나간 후엔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 이운성 씨(44세)를 상대로 연습을 거듭했다.

7년이 흘렀다. 삶이 곧 축구였던 소년은 ‘축구 강국’ 스페인으로 건너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CF(이하 ‘발렌시아’) 유소년팀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결과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 ‘제2의 리오넬 메시(24세·FC바르셀로나)’를 꿈꾸는 이강인 군(인천 석정초등 4년)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4일 오후, 강인이가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워온 그의 ‘집 겸 그라운드’ 태권도장을 찾았다. 강인이는 이날도 이곳에서 연습에 한창이었다.

▲ 사진=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일러스트=나소연 기자 sywithone@chosun.com

◆100대 1 경쟁 뚫고 ‘슛돌이’ 3기로 활동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위에 오른 강팀이다. 국가대표 다비드 비야(30세·FC바르셀로나)와 다비드 실바(23세·맨체스터시티), 호아킨(30세·말라가CF) 등 세계적 선수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발렌시아 유소년팀 역시 선수 양성 프로그램이 훌륭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다비드 실바는 발렌시아 유소년팀을 거쳐 스페인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다.

강인이는 발렌시아를 거쳐 간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있다. “그전엔 다비드 비야 같이 몇몇 유명 선수의 이름만 알았는데, 입단 테스트에 합격하고 ‘내 팀’이란 생각이 드니까 관심을 갖고 살펴보게 되더라”는 게 그의 귀띔이다.

강인이의 경력은 화려하다. 시작은 7세 때 출연한 KBS N스포츠 ‘날아라! 슛돌이’였다. 유소년 축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5기에 걸쳐 방영된 이 프로그램에서 강인이는 3기 멤버로 활약했다. 어머니 강성미 씨(39세)는 “1~2기 땐 축구를 취미로 즐기는 어린이가 주로 뽑혔는데 3기 때부턴 발전 가능성 있는 유소년 선수가 발굴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강인이가 출연한 3기 오디션 때 7명을 선발하는데 700명 넘는 어린이가 지원했어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뽑힌 거죠. 7개월 정도 방송에 참여하며 강인이가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방송이 끝난 후에도 강인이와 축구의 인연은 계속됐다.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축구클럽에서 축구를 익혔고, 요즘은 인천 축구 클럽 ‘플라잉스’의 유소년팀 멤버로도 활약 중이다.

◆3세 때 ‘축구 강국’ 브라질 국기 알아봐
강인이의 ‘축구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린다. 비가 오는 날에도 훈련을 빼먹지 않을 정도다. 어머니 강 씨는 “강인이가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고 느낀 적이 두 번 있는데,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강인이가 세 살 때였어요. 보통 그맘땐 여러 나라 국기가 모여 있으면 뭐가 뭔지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강인이는 희한하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알더라고요. TV로 두 나라의 축구 경기를 유심히 본 거죠. 화려한 경기 모습에 반했는지 항상 두 나라 국기를 들고 다닐 정도였어요. 또 하나는 최근 일인데요. 덧니가 나기 시작해 교정 치료를 받으러 치과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께 ‘덧니만 빼고 교정해달라’며 황당한 요구를 하는 거예요. 이청용 선수(23세·볼턴)의 축구 실력이 덧니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웃음)

강인이의 부모님은 아들의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다. 특히 다음 달이면 강인이는 물론, 모든 가족이 발렌시아가 있는 스페인으로 건너갈 예정. 강인이가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강인이는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부모님과 떨어져 한 달가량 스페인에 머물렀는데 음식도 안 맞고 가족이 그리워 혼났다”라며 “이번엔 가족과 함께 가는 거니까 맘 놓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메시 뛰어넘는 최고의 축구선수 될게요”
강인이는 다음 달 팀에 합류해 2011-2012 시즌이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스페인 유소년 리그에서 뛴다. 그가 누빌 무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0~11세 리그인 ‘알레빈C’. 공격형 미드필터로 최전방 공격수 바로 뒤에 배치돼 볼 배급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강인이는 “공격수들이 좀 더 완벽한 상황에서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패스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래에 비해 정확한 슈팅 능력을 갖춘 강인이는 프리킥 전담 선수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발렌시아 유소년팀 입단 후 좀 더 분명한 목표를 갖게 됐다. “입단 전까진 ‘태극마크만 달자’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죠. 하지만 발렌시아에 가게 되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착실히 배운 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거예요. 착실히 준비해 메시를 뛰어넘는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