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정철(1536~1593년)은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학자, 정치인이다. 그는 우리나라 문학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대표적인 게 ‘사미인곡(思美人曲)’. 50세 되던 해 정치적 이유로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에서 몇 년간 머물 당시 지은 노래다. 임금(선조〈조선 제14대 왕, 1552~1608년〉)에 대한 그리움과 충성심을 ‘사랑하는 이와 생이별한 여인의 마음’ 으로 애절하게 나타낸 게 특징. 한글로 쓰인 문학 작품을 업신여기던 시대에 세련된 기교와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을 사용해 ‘가사문학(산문과 운문의 중간적 형태로 조선시대 대표적 문학 형식)의 최고봉 ’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정치인’ 정철은 ‘문학가’ 정철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다. 유복했던 유년기와 불우한 소년기를 거쳐 과거시험에 급제하며 정치계에 등장한 그는 당시의 복잡한 정치 상황 때문에 수차례 유배(괥配·죄인을 멀리 보내 제한된 곳에서만 살게함)길에 오르는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1589년엔 자신과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던 정여립(1546~1589년)이 조선 최대 역모(逆謀·반역을 꾀함) 사건인 기축옥사(己丑獄事)를 일으키자, 관련자를 모조리 잡아 고문하고 죽이는 일에 앞장섰다. 이 일이 있은 후 그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거침없는 정치가’ 정철과 ‘위대한 문학가’정철. 그의 ‘두 얼굴’ 을 만날 수 있는 공연과 전시가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 서울시무용단의 창작무용극 ‘사미인곡(思美人曲)’ 과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 전시장에서 열리는 ‘송강 정철 특별 작품전(이하 ‘송강 정철전’)’ 이 그것이다.

◆‘사미인곡’｜정철의 일생, 무용극에 담다

서울시무용단은 오는 15~16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창작무용극 ‘사미인곡(思美人曲)’ 두 번째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선보인 ‘사미인곡’ 의 주제가 정철의 작품과 사랑이었다면 이번에 공연되는 ‘사미인곡’ 두 번째 이야기에선 굴곡 많았던 그의 삶과 기축옥사 사건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그 과정에서 정철이 겪었을 인간적 고뇌와 갈등, 그에 의해 희생당한 영혼들과의 화해 과정이 전통 춤사위로 되살아 난다. 네 명의 도깨비를 등장시켜 극을 이끌어가는 것도 특징이다.

임이조 서울시무용단장은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다 간 정철의 얘길 통해 ‘올곧은 삶’ 의 의미를 되새기는 무대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문의 (02)399-1766

◆‘송강 정철전’｜정철의 한글 작품 한자리에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전시장 ‘세종이야기 한글갤러리’ 에선 지난 6일부터 ‘송강 정철 특별 작품전’ 이 열리고 있다.

송강문화진흥원이 주최한 이 전시회엔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송강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가 선조에게 받은 용 연 (벼루 ), 그의 작품이 실린 1940~1950년대 초·중등 국어 교과서 등 다양한 관련 자료와 송강의 친필 등을 만날 수 있다. 송강의 작품을 주제로 제작된 현대 작가의 민속화와 서예 등도 소개된다. 전시장 내 세종 영상관에선 송강 유적 소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정규택 송강문화진흥원장은 “세종이야기 전시실이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람객도 즐겨 찾는 곳이란 점을 고려해 송강의 작품과 그에 대한 설명을 영어로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며 “한글 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그의 작품 세계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23일까지. 문의 (02)399-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