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예송이비인후과(강남구 신사동)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러시아에서 온 무스타바예브 루슬란 군(9세)과 조 알리나 양(5세)이 그 주인공. 둘은‘후두유두종’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다. 후두유두종은 목에 종양이 자라 쉰 소리가 나거나 말을 못 하게 되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 병.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제2회‘메디컬 코리아 나눔의 달’행사에 초청받아 우리나라를 찾은 두 어린이는 종양 제거 수술(무료, 수술비는 주최 측 부담)을 받은 후 오는 22일 러시아로 돌아간다.

지난 14일, 수술을 막 끝내고 휴식 중인 아이들을 만났다. 여전히 말을 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어머니들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스타바예브군의 어머니 옐레나 부블리코바 씨(28세)와 조 양의 어머니 옐레나 베례구다 씨(23세)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한 두 아이의 가상 대화를 지면에 옮긴다.

알리나야, 안녕? 난 키셀렙스크에 사는 루슬란이라고 해.

반가워, 오빠. 난 하바롭스크에서 온 알리나야. 오빠도 나처럼 후두유두종을 앓고 있다며? 난 2년 전부터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오기 시작했어. 놀란 엄마가 날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그때 처음 후두유두종이란 진단을 받았어. 오빤 언제 병을 알게 됐어?

지난 2009년 여름부터. 나도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왔어. 그래도 넌 곧바로 병명이 뭔지 알았으니 다행이다. 난 처음 진찰받았던 의사가 후두유두종이란 병을 모르는 바람에 1년씩이나 허비했어. 의사가 내 목은 보지도 않고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말을 안 하는 거라고 결론 내렸거든. 물론 난 그게 아니라고 엄마한테 계속 얘기했지. 결국 병원을 돌아다닌 지 1년 만에야 병명을 알아냈어.

그런데 우리 병 말이야, 아픈 건 둘째 치고 말 못하는 게 제일 답답하지 않아? 난 유치원에 갈 때마다힘들어. 유치원이 너무 시끄럽거든. 사실 다른 아이들 목소리가 큰 게 아니라 내 목소리가 작은 거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더 힘들어 질 거야. 친구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해야 할 일이 많아지거든. 나 역시 너무 괴로워. 크게 얘기하려고 목에 핏대가 설 만큼 온몸에 힘을 주고 발표하는데도 나오는 건 쇳소리뿐이거든. 그럴때면 친구들이 자꾸 옆에서 비웃어.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정말? 그 친구들 나쁘다.

하지만 가끔은 기쁜 일도 있어. 한 번은 국어 시간에 시를 읽고 A 점수를 받아온 적이 있었거든. 집에 가서 엄마에게 막 자랑했지. 그런데 엄마는 대뜸 나를 붙잡더니 엉엉 우시더라고.

왜?

모르겠어. 엄만 선생님이 날 불쌍히 여겨 점수를 잘 줬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야. 난 불쌍하지 않은데. 시도 정말 멋있게 잘 읽었는데….

엄마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병이언제 나을지 모른다는 사실인것 같아.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내병엔 마땅한 치료법도 없고 (감기처럼)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병이어서 목의 혹을 떼어내도 또 자란대. 나도 벌써 이번 수술이 세 번째니까.

그러게. 나도 이번이 네 번째 수술이야. 첫 수술 땐 의사가 실수하는 바람에 목이 더 안 좋아지기도 했어. 그래서 수술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모스크바에서 큰 수술을 한 번 더 했지. 하지만 효과가 없었어. 엄마랑 한국 오는 비행기에서 얘기했어. 이번 수술이 꼭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나도, 나도! 환해지신 엄마 얼굴 보고 싶어. 내 꿈은 의사 선생님이 돼서 나 같은 환자를 진료하는 거야. 오빠는?

에계, 꿈이 겨우 의사야? 난 멋진 영웅이야.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 지난번에 엄마랑 마피아가 대통령이 되는 줄거리의 영화를 봤거든. 못된 악당들을 물리치는 진짜 남자가 될 거야.

호호, 꿈이 너무 큰 것 아냐? 난 이번에 한국으로 오게 돼 아주 기뻤어. 러시아에 있을 때도 한국 장난감 선물을 많이 받았거든. 일정 중 롯데월드 가는 게 있는 것도 무지신나고.

맞아. 우리 롯데월드에선 목이 말끔히 나아 신나게 비명 지르면서 놀 수 있겠지?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원장은

“종양은 모두 제거했지만 바이러스성 질병인 후두유두종의 특성상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루슬란과 엘레나에게 응원 메시지 를 보내고싶다고요 ? 루슬란(lena.bub lickova@yandex.ru)에게 이메일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