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잔! 이게 제가 1년간 공들여 만든 특별 소스랍니다.”

지난 25일 오전, 튀김·떡볶이 전문 프랜차이즈업체 ‘아딸’ 서울 본사(강동구 성내동). 이현경 이사(39세)가 윤기가 자르르 도는 고추장 소스 한 숟가락을 푹 뜨더니 앞치마를 질끈 맸다. 원조 ‘아딸 떡볶이’의 맛을 제대로 보여줄 기세다. 냄비에 물을 부은 후 쌀떡과 ‘특제 소스’를 넣고 끓이자, 매콤달콤한 냄새가 올라왔다. “어묵은 물이 걸쭉해질 때쯤 넣어야 해요. 너무 일찍 넣으면 퍼지고 어묵 자체에서 간이 나와 짜지거든요.” 드디어 완성! 그릇에 담기가 무섭게 포크로 떡을 낚아챘다. 과연 환상적인 맛이었다.

아딸은 2011년 10월 현재 전국 가맹점 수만 850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떡볶이 기업’이다. 이 이사는 ‘아버지 튀김 딸 떡볶이’의 줄임말인 아딸의 바로 그 ‘딸’. 남편 이경수 사장(42세)과 함께 회사를 만들고 키워낸 인물이다. 얼마 전, 그는 ‘요리가 된 떡볶이’(넥서스북스)란 책을 펴냈다. 그의 설명을 빌리면 “최고의 떡볶이를 위한 양념 비율과 아딸의 특별 조리 비법을 담은 책”이다.

◇‘튀김집 딸’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떡볶이
“제가 태어나던 1972년, 아버지가 튀김집을 여셨어요. 어린 시절 내내 ‘튀김 장사 아버지’를 보며 컸죠. 튀김집 딸이어서였을까요? 전 떡볶이를 유별나게 좋아했어요. 아버지 가게엔 떡볶이 메뉴가 없어 직접 만들어 먹었죠. 친구들을 초대해 떡볶이 파티를 열기도 했어요. 아버지가 만든 튀김을 제 떡볶이 양념에 찍어 먹는 맛은 정말 최고였어요.” (웃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그는 지난 2000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분식집을 열었다. 튀김 만드는 비법은 아버지에게 배웠고, 떡볶이 맛은 직접 연구했다. ‘아딸’이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맛있다고 소문난 분식집은 다 돌아다녔어요. 지방이든 어디든 가리지 않았죠.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제주도 동문시장의 ‘사랑떡볶이’였어요. 현미가 약간 섞인 쌀떡볶이였는데 참 맛있었어요. 비법은 안 가르쳐주시더라고요. 하하.”

◇‘최고의 소스’ 만들려고 사흘 밤 새우기도
이현경 이사가 본격적으로 ‘떡볶이 레시피(조리법)’ 개발에 나선 건 지난 2002년.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떡볶이 맛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싶다’는 욕심이 계기가 됐다. 일단 그는 떡볶이 속 재료의 양을 그램(g) 수로 정확하게 계산했다. 만들 때마다 배합이 달라졌던 고추장 소스도 표준화했다.

“재료들을 비빈 후 먹어보고 원하는 맛이 안 나오면 과감하게 버렸어요. 재료비도 엄청 들었죠. 자꾸 실패하니까 잠도 안 왔어요. 3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끝에 결국 소스를 완성했을 땐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이후에도 최적의 소스 발효 시간을 알아내느라 노트에 기록하고 사진도 찍어가며 연구를 거듭했죠. 발효 시간에 따라 떡볶이 맛이 크게 달라지거든요. 지금도 당시 완성한 레시피를 그대로 쓰고 있답니다.”

아딸은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에 매장을 냈다. 반응이 좋아 지금은 베이징 2호 매장도 준비 중이다. “미국의 햄버거나 일본의 스시도 원래 그 나라에선 간식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됐죠. 아딸의 목표는 ‘한국의 대표 간식’ 떡볶이를 햄버거나 스시처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거예요. 그래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직접 개발한 70가지 요리법 책에 담았죠”
길거리 음식, 혹은 싸구려 간식. 이현경 이사는 “떡볶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책을 낸 것도 그 때문이다. “떡볶이는 대중적 인기와는 별개로 정통 요리 쪽에선 외면받아 왔어요. 하지만 치즈떡·모양떡·새알떡·조랭이떡 등 다양한 떡을 활용하고 색다른 재료와 양념을 곁들이면 떡볶이도 얼마든지 훌륭한 요리가 된답니다.”

책 속엔 상황별로 활용할 수 있는 70가지 떡볶이 요리법이 소개된다. 고소하고 몸에 좋은 ‘견과류 떡볶이’, 매콤한 돼지고기를 넣어 만든 ‘삼겹살 떡볶이’, 새콤달콤한 ‘요거트바나나 떡볶이’, 손님 접대용으로 좋은 ‘홍합 떡볶이’ 등이 대표적. 모두 이현경 이사가 직접 개발한 메뉴다.

그가 추천하는 어린이용 떡볶이 요리는 뭘까? “간식용으론 ‘가래떡 빼빼로’가 좋아요. 만들기도 쉽죠. 초콜릿을 중탕해 녹인 뒤 구운 가래떡에 초콜릿을 2/3 정도 묻히면 되거든요. 아이들이 학교 갔다 와서 하나씩 먹으면 무척 든든하겠죠? 아이들 생일잔치엔 모양떡을 넣어 ‘불고기 떡볶이’를 만들어보세요. 인기 만점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