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자원봉사는 초콜릿과 같아요. 달콤하고 맛있어서 자꾸 손이 가는 초콜릿처럼 은근히 중독성 있거든요.”

김하늘 양(서울 하나고 2년)이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씽긋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최근 어린이를 위한 봉사활동 지침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자원봉사’ (토토북·1만원)를 펴낸 김양을 지난 18일 오후 학교에서 만났다. 그는 “봉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수년간의 봉사활동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를 전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교회 바자회에 처음 참가했어요. 작아져 못 입는 옷 몇 벌과 동화책 등을 챙겨 나갔는데 하나도 못 팔았어요. 구매자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어서 제가 가져간 물건이 그분들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았던 거예요. ‘나눔에도 계획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절실히 느꼈죠.”

이후 김양은 봉사에 앞서 매번 계획을 짰다. 그 덕분에 바자회에서도 점점 더 많은 물건을 팔 수 있게 됐다. 다른 곳에 봉사활동을 하러 갈 때도 매사 철저하게 준비했다. “봉사 장소가 어떤 곳인지, 가서 어떤 일을 하는 지에 대해 미리 정보를 수집했어요. 그래야 더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고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해도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든요.”

고3을 코앞에 둔 요즘은 예전보다 봉사의 종류를 줄이는 대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봉사의 비중을 높였다. 주 1회 새터민이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독서논술을 가르치는 일이 그것. “책을 한 권 정해 독후 활동을 지도하고 있어요. 우리 문화를 낯설어하는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의 생각이나 유행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죠. 가끔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어요. 한정된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가르치려다 보니 혼자 막 앞서나가다가 멈칫하기 일쑤거든요.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더 노력해야죠.”

봉사활동은 김양의 꿈도 바꿔놓았다. “여섯 살 때부터 치과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치과 가는 걸 무척 좋아했거든요. 좀 특이하죠?(웃음) 치과의사가 돼 제3세계 환자를 돌보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국제활동가 겸 저널리스트’가 되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환자 한 명 한 명을 돌보는 것도 보람 있지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제가 직접 체험한 봉사와 구호 현장을 ‘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 책은 제 꿈을 향한 첫걸음인 셈이죠.”

‘세상에서…’엔 김양의 좌충우돌 봉사 활동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봉사하러 갈 땐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는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등 ‘초보 봉사자’가 꼭 알아야 할 정보도 자세히 실었다.

“요즘 ‘글로벌 리더’란 말이 유행이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글로벌 리더는 앞에서 세상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세상을 감싸주고 받쳐주는 사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은 ‘나누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전 어린이들이 제 책을 읽고 나눔과 봉사가 어렵잖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돕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또 하나, 되도록 많은 봉사를 다양하게 경험해보세요. 그 속에서 진정한‘나’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봉사할 때 옷차림은 이렇게

①옷과 신발은 편한 것으로

봉사활동은 대부분 ‘몸 쓰는 일’이므로 활동하기 편한 복장이 좋아요. 단, 너무 짧은 치마나 슬리퍼 같은 차림은 곤란하겠죠?

②불필요한 장신구는 뺄 것

목걸이나 반지 등의 장신구를 치렁치렁 매달고 가면 일할 때 거치적거린답니다. 까딱 잘못하다간 분실할 염려도 있고요.

③색깔·무늬는 눈에 띄도록

도움받는 분들이 봉사자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 단체복을 갖춰 입는 것도 도움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