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韓·日학생 친선 주산·암산 경기대회
글ㆍ사진=김세영 기자 young0221@chosun.com 입력 : 2012.04.02 09:26 / 수정 : 2012.04.02 14:31

'삑!' 침묵이 흐르고 손놀림은 빨라졌다

‘타닥타닥’

수십 개의 주판 소리가 고요한 시험장을 가득 채웠다. 한국과 일본 어린이들의 손놀림이 가볍게 움직였다. 답안지를 채워가는 손의 움직임은 확신에 찬 듯 명쾌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구로에서 국제주산수학연합회 한국위원회 주최로 ‘제1회 한ㆍ일 초등학생 친선 주산ㆍ암산 경기대회’가 열렸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 어린이 50여명은 물론, 일본에서 11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60여 명의 어린이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준비해온 연습문제를 보면서 긴장을 풀었다. 박수빈(인천 신대초 4년) 양은 “하루에 한 시간 반씩 연습했지만, 막상 대회 당일이 되니 무척 긴장된다”라며 마주 잡은 두 손을 꽉 쥐었다. 대회 참가를 위해 일본 학생들을 통솔해 온 마사오 푸지 국제주산보급기금 단장은 “그동안 60여 개국 주산암산대회에 참가했지만, 한국 어린이들의 눈빛이 남다르게 반짝거려 기대된다”라며 웃었다.

	'깃발을 빨리 올려야 하는데…'. 한일 학생 친선 주산·암산 경기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다./김세영 기자 young0221@chosun.com
'깃발을 빨리 올려야 하는데…'. 한일 학생 친선 주산·암산 경기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다./김세영 기자 young0221@chosun.com

‘삐이-익!’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대회가 막을 올렸다. 주판 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어린이들에게 60문제의 덧셈ㆍ뺄셈ㆍ곱셈ㆍ나눗셈 문제가 주어졌다. 학생들은 눈을 크게 뜨고 집중력을 끌어모았다. 손가락은 공중그네를 타듯 쉼 없이 오르내렸다. 주판 없이 암산만으로 문제를 푸는 어린이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효한 채점 기준은 정확도. 하지만 같은 점수일 경우엔 빨리 풀어낸 학생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되므로, 속도도 중요했다. 먼저 다 푼 어린이들은 각자 앞에 놓인 깃발을 번쩍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곱셈의 경우에는 정답이 1억 단위까지 나오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다 푸는 것만도 벅찰 법했지만, 깃발을 든 어린이들의 팔은 거침없이 하늘을 찔렀다. 한 시간이 지나자, 다시 호루라기 신호가 울렸다. 어린이들이 일제히 연필을 내려놓았다.

점수집계가 끝나고, 학년별로 시상이 이뤄졌다. 2학년 1위를 거머쥔 김혁진(경북 경산 금락초) 군은 “대회 직전엔 밤 늦게까지 네 시간씩 연습해도 피곤한 줄도 모를 정도로 즐겁게 공부했다. 주산 강국 일본 어린이들과 나란히 참가한 대회에서 수상해 더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우수상을 탄 하마나카 쇼타로(도쿄 기타노다이초 3년) 군은 “한국 어린이들에게 꼭 이기고 싶었는데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 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한국 친구들과 주산 실력을 겨뤄본 뜻깊은 자리라는 점에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