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토요일 오후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 스포츠클럽. 이상윤·유대훈·조유진(이상 서울 숭의초 3년) 군이 각각 스포츠클럽 내의 벽을 마주 보고 섰다. 이들의 양손엔 3㎏짜리 ‘메디신 볼(medicine ball·체조용구로 쓰이는 공)’ 이 쥐어져 있었다. 세 어린이는 양발을 어깨너비만큼 벌린 채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이어 자신의 무릎 높이까지 앉았다가 일어나길 반복하는‘스쿼트(squat)’동작을 진행했다.

동시에 쥐고 있던 메디신 볼을 벽에 튕겼다 받는 동작을 반복했다. 어느새 어린이들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들을 가르치던 유성열 랜스앤제이 마스터 트레이너는 “이 운동은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단련하는 ‘크로스핏 월볼(wall ball)' 훈련이다. 어린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크로스핏 키즈(CrossFit Kids)’ 의 한 운동법” 이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 효과 누려… 훈련 프로그램은 매번 새롭게

짧은 시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으로 운동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장점 때문에 미국·캐나다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크로스핏(CrossFit)’〈키워드 참조〉. 주로 운동선수·경찰특공대·군인 등이 배웠던 크로스핏에 최근 크로스핏 키즈 과정이 도입되면서 어린이를 위한 신개념 운동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크로스핏이 우리나라에 보급된 건 2005년이다.‘ 몸짱 열풍’이 불면서 상륙했다. 처음엔 격투기 선수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건 불과 3~4년 전. 이후 ‘남녀노소 구분없이 크로스핏을 즐길 수 있게 하자’ 는 취지에서 ‘세대별 맞춤형 크로스핏’이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을 위한 ‘크로스핏 키즈’ 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최근엔 크로스핏 키즈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스포츠클럽도 생겼다. 유성열 트레이너는“일반 크로스핏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하지 않는다. 놀면서 땀 흘리는 게 크로스핏 키즈가 추구하는 목표” 라고 말했다. 크로스핏 키즈의 장점 중 하나는 ‘매번 훈련 프로그램이 달라진다’ 는 것이다. 유트레이너는 “그동안 부족했던 훈련과 당일 어린이들의 컨디션을 반영해‘와드(WOD·Workout Of the Day의 줄임말로,‘ 그날의 훈련’ 을 뜻함)’를 완성한다.

그날 상황에 따라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운동법이 바뀌기 마련” 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군은 “어느덧 1년째 크로스핏 키즈를 배우고 있지만, 훈련이 똑같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매번 새로운 훈련을 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며 웃었다. 유대훈 군은 “평소 보지 못했던 도구를 활용하기 때문에 선생님(트레이너)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제대로 된 운동법을 배울 수 있다. 체력은 물론, 덩달아 집중력도 생기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케틀벨·배틀로프… 신개념 운동법으로 즐거운 크로스핏을

세 어린이는 이날 다양한 훈련 방법을 소화했다. 유 트레이너는 “오늘은 어린이들의 팔과 다리 근육을 단련하기 위한 와드를 구성했다” 고 말했다. 우선 1.5㎏의 케틀벨(kettle bell)을 활용한 훈련이 이어졌다. 케틀벨은 주전자(kettle)와 덤벨(dumbbell·팔 운동 기구)의 합성어다. 이날 유 트레이너는 스쿼트 동작을 유지하면서 케틀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가 다시 무릎 아래로 내리는 반복 동작을 요구했다. 이른바 ‘케틀벨 스윙’ 이다. 10회씩 두 차례 훈련이 끝난 뒤, 어린이들은 그 자리에서 철퍼덕 쓰러졌다. 하지만 세 어린이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이상윤 군은 “크로스핏 키즈는 몇 분 하지 않았는데도 땀이 흐를 정도로 힘든 운동이다. 하지만 훈련하는 동안엔 힘든 걸 잊을 정도로 재밌다. 땀 흘리는 게 오히려 기분 좋은 운동” 이라고 말했다.

이날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훈련 프로그램은 ‘배틀로프(battle rope)’ 였다. 배틀로프는 한 사람이 양손에 각각 한개의 밧줄을 쥐고 온몸을 활용해 위아래로 내리치는 전신운동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밧줄은 파도가 치듯 곡선을 그리게 된다. 곡선을 그리며 밧줄이 묶여 있는 곳까지 닿으면 횟수가 하나씩 올라간다. 유 트레이너는 “어린이들의 경우 밧줄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하나의 밧줄을 양손에 쥐고 훈련한다. 약20초 동안 서로 얼마나 많은 횟수를 성공하는지 대결하면 훨씬 재밌게 운동할 수 있다” 고 했다. 세 어린이는 맞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온몸으로 밧줄을 흔들었다. 유대훈 군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갈 정도로 즐겁다” 며 웃었다. 유 트레이너는“이토록 재밌는 크로스핏 키즈가 아직 어린이들에게 덜 알려진 게 아쉽다” 며 운을 뗐다. “올해부터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됐습니다. 자연스레 어린이들에겐 주말에 운동할 시간이 늘어났죠. 이번 주말엔 즐거운 크로스핏 키즈에 한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웃음)

집에서 함께 해볼까요? '크로스핏 키즈' 운동법

크로스핏 키즈의 기본자세는 ‘스쿼트(squat)’ 예요. 스쿼트란 엉덩이를 무릎 높이까지 내리며 쪼그려 앉았다가 다시 똑바로 일어서는 동작을 말해요. 이 동작을 10회(1세트) 반복합니다. 총 3세트를 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일주일에 세 번, 하루 10분만 투자해보세요!

물통을 활용한 '케틀벨 스윙'

①500㎖가 꽉 채워진 물통을 준비한다. ②물통을 쥔 채 앉은 자세를 유지한다. ③ 시작과 동시에 물통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일어난다. ④물통을 무릎까지 내리며 다시 앉은 자세를 취한다. ⑤이과정을 3세트 반복한다.

축구공을 활용한 '크로스핏 월볼'

①축구공을 준비한다. ②벽에 목표 지점을 정한다. ③ 일어서면서 공을 목표지점을 향해 던진다.④ 공을 받은 다음엔 다시 앉은 자세를 유지한다.⑤이 과정을 3세트 반복한다.

※축구공이 없어도 상관없어요. 공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시늉만 해도 괜찮아요.

‘크로스(cross·교차하다)’와‘피트니스(fitness·신체 단련)’의 합성어. 다양한 운동 방법을 통해 체력을 극대화 시키는 전신운동법이다. 크로스핏은 심폐지구력·근지구력 등 10가지 신체 능력 향상에집중한다. 신체의 균형미를 강조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는 차이가 있다. 1970년대미국의 체조 선수 겸 트레이너였던 그레그 글래스맨이 자신의 집 차고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치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