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稀土類·rare earth metals)를 둘러싼 국제사회 간 갈등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전 세계 희토류의 95%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은 자국 내 희토류 생산 통제를 강화하고, 미국·일본 등 희토류 수입국들은 이에 공동 대응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희토류는 과연 어떤 자원이기에 이 같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걸까요?

◇희토류,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는 18세기 북유럽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열을 잘 전달하고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는 비철금속 광물이죠. 란탄·세륨·네오디뮴·디스프로슘·사마륨 등 17가지 종류로 구분돼요. 반도체를 포함, TV·휴대전화·노트북 등 주로 전자제품의 핵심 원료로 사용돼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곤 하죠.

사실 희토류는 지구 곳곳에 매장돼 있지만 대량 채굴이 가능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채굴에 드는 비용도 어마어마하죠. 현재 희토류 생산은 중국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매장량의 약 48.4%(5500만 톤)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전 세계 생산량 점유율은 무려 95%에 달하죠.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희토류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어요. 미국의 경우 필요한 희토류 중 76%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죠. 일찍이 중국 국가 주석을 지낸 덩샤오핑(1904~1997년)은 1990년대 초반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희토류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술혁신으로 희토류를 원료로 사용하는 첨단제품 생산이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동안 희토류 수요는 연간 4만 메트릭톤(metric tons)에서 12만5000메트릭톤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고 합니다. 오는 2014년엔 20만 메트릭톤을 넘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총성 없는 희토류 전쟁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중국 내 희토류 관련 155개 업체가 참여하는 ‘중국 희토류산업협회’가 8일 출범식을 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협회는 중국 정부를 대신해 희토류의 가격을 결정하고 무역분쟁에 대응하는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해요.

쑤보(蘇波)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은 협회 설립 목적에 대해 “희토류 분야의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희토류 채굴, 수출 제한은 환경 보호를 위해서다. 무분별한 채굴로 환경오염 처리비가 매년 약 380억 위안(약 6조8500억원)이나 든다”고 말했어요. 희토류는 채굴, 정제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처리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영국 로이터통신·BBC 방송 등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세계 시장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하고 있어요.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2010년 9월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영토 분쟁을 벌일 때 ‘앞으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하지 않겠다’며 일본을 압박하기도 했죠. 또한 최근 희토류 채굴, 수출 제한 정책을 펼쳐 희토류 가격을 치솟게 만들었는데요. 이 때문에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희토류 가격은 평균 10배 이상 폭등했어요.

이와 관련,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은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어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은 불공정 무역 행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죠. 우리나라도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토류 광산에 투자를 결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