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칼 손잡이가 눈부시다. 날렵한 칼날엔 금 상감으로 아랍어 명문이 새겨져 있다. ‘알라가 술탄 술레이만에게 승리를 선사하리라.’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이 칼은 1520년부터 1566년까지 40여년간 오스만 제국을 이끌었던 술탄 술레이만 1세의 유물이다. ‘술탄’은 오스만 제국의 절대 권력자를 가리키는 말. 술탄 술레이만 1세의 칼을 비롯해 보석으로 장식된 터번, 은(銀)으로 된 커피 향로와 주전자 등 술탄이 직접 사용했던 다양한 소장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전시 제목은 ‘터키문명전: 이스탄불의 황제들’.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터키 수교 55주년을 기념해 오는 9월 2일까지 여는 이 기획전에선 톱카프궁 박물관 등 터키 국립박물관 4곳의 문화재 152건 187점이 전시된다. 기원전 3000년경 터키 아나톨리아 고대문명 시기부터 19세기 오스만 제국 시기의 유물까지, 동서 문명이 교차하며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꽃피웠던 터키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기회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1부는 터키 아나톨리아 고대 문명의 신화와 전설을 다룬다. 황금의 손을 가졌던 ‘미다스 왕’의 시대에 만들어진 청동 물병, 트로이의 목마로 멸망에 이른 트로이 시대의 금귀걸이 등이 전시된다. 2부에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을 시작으로 터키 전역에 퍼진 헬레니즘 양식의 유물을, 3부에선 동로마 제국의 비잔틴 양식 성물과 메달 등을 각각 만날 수 있다. 4부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세계를 제패했던 오스만 제국의 문화, 그리고 술탄의 권력과 화려한 일상을 보여주는 유물 118점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