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이어서 엄마는 동생을 나한테 부탁하고 학교에 가셨다.

나 혼자 먼저 피아노 학원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자 동생이 유치원에서 올 시간이 되어서 엄마 대신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는 동생을 마중 갔다. 처음으로 혼자서 동생을 데리러 나가는 거라 떨렸다. 엄마가 동생을 데리러 나가야 하는 시간을 알려주셨는데, 20분이나 먼저 나갔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유치원 버스가 안 와서 주머니에 있는 시계를 보고 또 봤다. 내가 너무 일찍 나와서 그런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기도 했다. ‘읽을 책이라도 가져올걸.’

드디어 유치원 버스가 오고 동생이 왔다. 동생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방을 나한테 주고 마구 뛰어다녔다. 평상시에 엄마한테 했던 행동을 나한테 하다니. 차도 많이 다니는데 걱정도 되고 겁도 났다. 동생이 혼자서 차가 오는데도 뛰어갈 땐 깜짝 놀라고 화가 나기도 했다. 함께 도서관에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동생이 내 손을 잡지 않아 엄마한테 이를 거라고 했다.

엄마를 기다리며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동생이 자꾸 들락날락해서 조금 귀찮았다. 사서 선생님께 혼날까 봐 걱정도 됐다. 엄마가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드디어 엄마가 오셨다.

엄마가 오시자 동생이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가 아기처럼 이야기했다. 말썽쟁이 동생이 엄마 손에 넘어갔을 때 난 “드디어 해방이다!”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엄마는 “예지야~ 동생 잘 봐줘서 고마워”라고 말씀하셨다.

난 엄마를 도와드려서 뿌듯했다.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엄마는 친구 엄마나 이모한테 나랑 동생을 맡기고 학부모 총회에 가셨는데, 3학년이 된 오늘은 나에게 동생을 맡기고 학교에 가셨기 때문이다. 나는 왠지 내가 많이 큰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나를 믿으셨나 보다. 기분이 좋아서 붕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 웃는 나를 보며 엄마가 말씀하셨다. “다음에도 부탁해”. 난 “안 돼”라고 외쳤다. 말 안 듣는 말썽쟁이 동생을 돌보는 건 화도 나고 힘들기 때문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사실은 엄마 대신 동생을 봐 주는 게 기분도 좋고, 다음에 그럴 일이 생기면 또 봐 줄 생각이다. 물론 엄마한테 말은 안 했다. 그리고 동생이 말 안 듣고 혼자 길 건너고 한 것들은 엄마한테 다 말해서 동생은 오늘 엄마한테 혼났다. 거봐, 그러니까 누나 말 잘 들었어야지.

<평> 글의 제목대로 혼자서 개구쟁이 동생을 돌본 날의 이야기를 쓴 일기 글이다. 3학년 수준으론 매우 놀라울 정도로 물 흐르듯 써내려간 문장이 훌륭하다. 마치 옆 사람에게 오늘 하루 동안에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이야기하듯 거침없이 끌어가는 데서 뛰어난 글 솜씨가 엿보인다. 동생을 믿고 맡긴 것에 대해 붕붕 뜰 만큼 기분이 좋으면서도 엄마께는 말 안 하는 대목에선 글쓴이의 깜찍함이 드러났다. 앞으로도 책을 많이 읽고 생활 일기, 독후감 일기 등을 부지런히 쓰며 재주를 갈고 닦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