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 치부됐던 종이비행기를 30여 년 동안 연구한 이가 있다. 바로 이희우(56세) 충남대학교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 이 소장은 전투기 조종사로 군 생활을 시작해 현재 종이비행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접는 종이비행기를 체계화시켜 ‘조립식 종이비행기’를 개발하는 등 국내 최고의 종이비행기 연구자로 알려진 이희우 소장을 지난달 28일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소에서 만났다.

◇200여 점의 다양한 종이비행기 직접 만들어

충남대 산학연 교육연구관 428호. 연구실로 들어가자 가지각색의 종이비행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한국형 초고속훈련기인 T-50을 종이비행기로 만든 모형이었다. 이 소장은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 이글'이 타는 실제 비행기를 종이비행기로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실제 비행기를 축소해 놓은 듯한 이 종이비행기가 과연 날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종이비행기를 잡고 날려보자, 미리 조정해 놓은 날개 방향에 따라 비행기가 날아갔다. 10여 초를 허공에 머문 비행기는 안정적인 자세로 바닥에 착지했다. "기존의 접이식 종이비행기가 단순히 허공을 비행하는 것에 그쳤다면, 조립식 종이비행기는 실제 비행기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어요. 비행 방향, 움직임 등을 조절할 수 있죠."

종이비행기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이 소장은 연구실 한쪽에 있는 '종이비행기 격납고'를 꺼내왔다. 격납고를 펼치자,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 F-22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6까지 다양한 모습의 종이비행기가 나타났다. 이 소장은 종이비행기들을 하나씩 꺼내 들며 "지금껏 만든 비행기의 수가 200여 점에 달한다"고 말했다. "여기 보이는 것처럼 실제의 전투기나 비행기를 본떠 만든 종이비행기들도 있지만, 직접 비행기를 설계해 만든 것들도 많답니다. 어때요? 실제 비행기처럼 생겼죠?"

◇전투기 조종사 출신 종이비행기 박사

'종이비행기 박사'로 불리는 이희우 소장은 공군 조종사 출신이다. 어린 시절 종이비행기를 가지고 놀며, 하늘을 동경하게 됐다는 이 소장은 항공과학고등학교를 거쳐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군인의 길을 걷게 된다. 전투기 조종사로 대한민국 하늘을 지키던 이 소장은 1983년 미국으로 유학길을 떠난다. 항공과학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항공과학 분야 석·박사 과정을 밟았어요. 우리나라 항공산업이 그 당시에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많이 뒤처졌었거든요."

그가 본격적으로 종이비행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 시기다. 우연히 미국의 한 서점에 들렀던 이 소장은 진열돼 있는 종이비행기 관련 책들을 보게 되면서 점차 '종이비행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그때부터 종이비행기와 관련된 서적들을 모아온 결과 현재는 100여 권의 종이비행기 관련 서적을 보유 중이다.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종이비행기란 게 모든 과학기술의 집합체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항공기술을 종이비행기에 적용해 연구해 보면 어떨까 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종이비행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종이비행기 대회까지 직접 만들어

1990년, 유학에서 돌아온 이희우 소장은 공군에 복귀해 국내 최초의 고등훈련기인 T-50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신기술을 연구하는 시간도 빠듯한 이 소장이었지만 종이비행기를 국내에 전파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어린이들이 항공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종이비행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이해를 시켜보면 어떨까 해서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2008년 군에서 전역한 이 소장은 어린이들에게 항공과학에 대한 이해와 꿈을 심어주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와 과학교실에 강연을 다니는가 하면, 한국종이비행기협회를 설립해 본격적인 종이비행기 만들기 활성화에 나섰다. 지난 8월에는 국립과천과학관에 약 8억6000만원 상당의 항공우주체험장비 21점을 무상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항공과학을 이끌어 나갈 사람들이 바로 지금의 어린이들이에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항공과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항공우주체험장비들을 국립과천과학관에 기증하게 됐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제4회 '코리아컵 종이비행기 대회'가 열린다. 이 소장이 종이비행기 활성화를 위해 만든 대회다. 그는 이 대회에서 나아가 전국을 돌며 종이비행기 대회를 열 계획까지 구상하고 있다. "종이비행기를 만들면 집중력과 사고력이 높아진답니다. 한국종이비행기협회 홈페이지(paperairplane.or.kr)에서도 종이비행기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과학에 흥미가 없다든지, 집중력이 부족한 어린이라면 한번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