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오랜 세월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독차지해왔지만, 부모들은 아이 손에서 만화책을 빼앗기 일쑤다. 만화책 앞에 붙은 '불량'이란 꼬리표 때문이다. 최근 학교도서관저널이 펴낸 '만화책 365'는 이런 편견을 깨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만화책 안내서다. 재미와 감동은 물론, '행복한 교과서'의 기능까지 갖춘 만화책을 재조명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조월례(59세)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장을 만나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좋은 만화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학습만화'는 사실 진정한 의미의 '좋은 만화책'이라고 할 수 없어요. 교과서 속 내용을 만화를 통해 쉽고 재밌게 전달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결국은 정답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생각의 흐름을 막기 때문이죠."

조월례 위원장은 이 같은 이유로 '만화책 365' 선정 목록에서 학습만화를 제외했다고 말했다. 원작이 있는 만화도 되도록 배제했다. 아무리 원작을 훌륭하게 재현했어도, 어린이들이 먼저 만화로 해당 작품을 만난다면 원작을 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에 따르면 만화책은 그림책에서 활자 도서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만화책을 즐겨 읽는 어린이들이 또래 친구들보다 글로만 된 책을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글로 가득한 책을 읽기 부담스러워하는 어린이에게 만화책은 책읽기의 즐거움도 일깨워준다.

조 위원장은 좋은 만화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오락성' '진실성' '예술성'을 꼽았다. "어린이를 위한 만화책은 무엇보다 재밌어야 해요. 명랑한 캐릭터가 등장해 독자를 때론 웃기고, 때론 눈물짓게 하는 만화책이 좋은 만화책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에 새로운 꿈과 도전을 가능케 하는 건강한 주제를 담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세요. 한 장르에 치중하기보단 다양한 장르를 두루 보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아요."

그렇다면 요즘 만화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웹툰'(Webtoon)은 어린이들이 어떻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할까. 그는 스스로 좋은 웹툰을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은 열려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어떤 웹툰이든지 손쉽게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앞서 제시한 좋은 만화책을 고르는 기준을 바탕으로 나에게 알맞은 웹툰을 선택하는 관점을 가지는 게 중요하죠."

조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일부 만화책 때문에 생긴 만화책에 대한 편견이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용 만화책은 동화책 못지않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칸과 칸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과정을 통해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자연스레 터득하게 해주거든요. '행복한 교과서'라고나 할까요. 앞으로 더 많은 어린이가 좋은 만화책과 함께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만화책 100배 활용하기

이야기·토론｜ 만화책에서 다뤄진 주제나 내용을 가족이나 친구와 자유롭게 이야기해보세요. 단,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만화리뷰 쓰기｜ 만화책을 읽고 난 감상을 리뷰 형식으로 적어보세요. 해당 만화책을 소개한 뒤 나만의 감상평과 함께 추천하는 이유를 곁들이면 됩니다.

만화로 창작하기｜ 만화책 내용을 동화나 시로 표현해보세요. 대본을 꾸며 한 편의 연극이나 영화를 만들기, 만화일기 쓰기, 작가와 다른 시점에서 만화를 그려보기 등의 방법도 있습니다.

만화체험관 방문｜ 더 많은 만화책이나 관련 자료를 보고 싶다면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의 ‘만화의 집’, 경기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등 관련 기관을 찾아 방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