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퇴근하는 아빠를 보고 놀라 물었어요.

"아빠!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오세요? 무슨 일 있어요?"

아빠가 웃으며 혜경이 손을 잡고, 공원 벤치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잠깐 앉았다 갈까? 오늘은 참 별난 날이란다."

아빠와 혜경이가 나란히 벤치에 앉았어요.

"실은 회사 빌딩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지 뭐야. 32층까지 걸어 올라갔어. 아이고, 다리 아프네."

"아빠, 내가 주물러 줄까요?"

그러자 아빠는 혜경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견스레 바라보았어요.

"아니, 괜찮아. 아빠는 수퍼맨이잖아. 간신히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불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거야. 컴퓨터도 못 써, 팩스랑 복사기도 못 써. 사무실은 어둠침침해. 완전 원시시대인 거 있지. 도무지 일을 할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급한 일만 처리하고 일찍 온 거야."

"정말요? 왜 그랬대요?"

"어젯밤에 빌딩 관리실 사람들이 전기 시설을 점검하다 말고 술을 마셨대. 밤새도록 진탕 퍼마시고 곯아떨어졌다는 거야. 참 무책임한 사람들이지. 오늘 못 한 일 내일 하려면 골치깨나 아프겠지만, 그래도 아빠는 기분 최고다. 우리 혜경이랑 이렇게 놀 시간이 늘어났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생각할 보따리｜ 책임 있는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덩달아 행복하게 만든다고 했어요. 이에 비해 무책임한 행동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나요? 네, 무책임한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죠. 혜경이와 즐겁게 지내게 된 혜경이 아빠는 예외이지만요.

"아버님, 제 생각에는 이렇게 말씀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얘야, 우리는 각자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 나는 내가 돌볼 테니, 너는 네가 돌보아라. 그래야 이렇게라도 먹고살 수 있지 않겠느냐' 하고 말입니다. 사실 곡예를 부릴 때 아버님은 오직 아버님 할 일에만 집중하셔야지요. 아버님이 균형을 딱 잡으셔야 제가 마음 놓고 장대를 오를 수 있으니까요. 저 또한 장대에 오를 때는 제 할 일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조심조심 장대에 올라야지요. 까딱 실수해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요."

★생각할 보따리｜ 우리의 행복을 책임질 사람은 누구일까요? 딸이 들려주는 지혜로운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세요.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돌보아야 해요. 다시 말해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지요. 아버지와 딸이 안전하게 공연하며 살아갈 수 있듯이, 우리가 스스로를 책임지고 남을 탓하지 않으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답니다.


제공: 삼성출판사 | '글로벌 리더로 키워주는 인성 100대 일화'(글 박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