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을 복지센터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달아 드렸어요. 더 잘 만들고 싶었는데, 예쁘다고 칭찬해 주셔서 기분 좋았어요.”

박찬민(서울 숭곡초 3년) 군은 다섯 살 때부터 부모님과 형들을 따라 노인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올해로 만 5년차 베테랑 봉사자인 셈. 찬민 군은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면 둘째형 찬혁(서울 숭곡초 5년) 군과 함께 복지관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능숙한 솜씨로 어르신들께 아로마 마사지를 해 드린다. 맏형 찬웅(서울 숭곡중 2년) 군은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부모님을 돕는다.

서울시는 오랜 시간 묵묵히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찬민이 가족을 최근 우수가족봉사단으로 선정했다. 어머니 강선희(42세) 씨는 “상을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족봉사를 실천하고 싶은 분들께 모범이 되라는 뜻으로 알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25일(토), 서울일광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에 한창이던 찬민이 가족을 만나봤다.

◇봉사는 우리 가족을 뭉치게 하는 힘!

찬민이 가족은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 복지관 또는 노인복지센터 등에 봉사활동을 간다. 쉬어야 하는 주말에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 법하지만 찬민이는 "칭찬을 가장 많이 받는 날"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봉사활동을 가면 칭찬을 많이 받아요. 일주일 중 가장 많이 칭찬받는 날이에요. 끝나면 부모님께서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다음 날 실컷 놀아도 잔소리 안 하시니까 더 좋아요."

강선희(42세) 씨 가족이 봉사활동을 함께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평소 봉사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혼자서 지역 사회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아내를 지켜본 박광선(41세·회사원) 씨가 아이들에게 "우리도 엄마랑 같이 봉사활동 다닐까?"하고 물어본 것이 계기가 됐다.

가족이 봉사활동을 시작하던 당시 첫째 찬웅이는 초등학교 4학년, 막내 찬민이는 5살이었다. 박광선씨는 "저 자신도 퇴근하고 나면 지쳐서 금세 잠들기 일쑤고, 아이들도 일과가 바빠 이러다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겠다 싶었다. 처음엔 봉사활동을 통해 가족이 뭉치는 데 목적을 뒀다"고 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먼저 투닥거리던 형제들의 사이가 좋아졌다. 첫째 찬웅이는 동생들을 살뜰하게 챙기고, 찬민이와 찬혁이는 돈독한 우애를 보인다. 강선희 씨는 "주말마다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다 보니 가족 간에 비밀이 없어졌다. 가족 모두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지내게 됐다"고 했다.

찬민이 형제에게는 아흔이 넘은 할머니가 계시다. 맏형 찬웅이는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고 나면 집에 계신 할머니 생각이 더 많이 난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하고 오면 평소보다 할머니 어깨도 더 주물러 드리고, 대화도 많이 하게 돼요." 찬혁·찬민이도 형의 말에 동의했다. "복지관에는 외로운 할머니·할아버지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봉사를 다녀오면 부모님과 할머니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져요."

◇봉사를 통해 성장하는 우리 가족

강선희 씨에겐 남다른 특기가 있다. 바로 '풍선아트'다. "양로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종종 파티가 열리는데, 풍선으로 파티가 열리는 공간을 꾸며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청에서 열린 자기계발 수업에서 풍선아트를 배웠어요." 덕분에 지금은 행사가 열리는 복지센터나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 등에서 수시로 강선희 씨를 찾을 정도다.

찬웅이는 이웃을 돕는 방법을 스스로 연구하는 엄마를 가장 많이 빼닮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대학생 형과 함께하는 독거노인 말벗 도우미 활동을 스스로 신청해서 다니기도 했다. 둘째 찬혁이는 현재 교내 명예 경찰로 활약 중이다. 교내에서 2명만 선발하는 명예 경찰에 당당히 합격한 찬혁이는 요즘 평소보다 일찍 등교해서 친구들의 등교 안내 도우미도 하고, 학교 폭력 예방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막내 찬민이의 활약도 형들 못지않다. 찬민이는 "형들은 봉사활동에 결석한 적이 있는데, 저는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요"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얼마 전에는 성북구에서 시행하는 '문화재 지킴이 봉사단'에도 가입했다. 문화재 지킴이는 구내 다양한 문화재를 보호하고, 홍보하는 활동을 도맡아 하는 일종의 문화재 홍보대사다. "내가 사는 지역 내에 있는 문화재를 공부하고, UCC를 만들거나 홍보물도 제작하는 활동이에요. 역사공부도 하고,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서 봉사도 하고…. 일석이조예요!"

박광선씨는 "봉사는 남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나 자신을 돕는 활동인 것 같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 모두 한 뼘씩 자란 것 같아요. 아이들은 우리 부부가 늦게 들어와도 스스로 밥을 차려 먹고 청소도 해요. 저 역시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게 되고요."

>> 가족이 함께 해볼 만한 봉사활동

☞독거 노인 가정 지원: 가사 지원, 음식물 지원, 식사 보조 등

☞지역사회 문화재 보호: 휴가지 쓰레기 줍기, 불법 광고물 제거

☞환경 보호: 꽃밭 만들기, 등산로 청소, 잡초 제거, 묘역·묘비 청소

☞기타: 홈스테이, 외국인 안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