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영화‘히어로’의 주연 정윤석군이 영화에 등장하는‘썬더맨’가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이신영 기자

"영화 찍는 내내 환자복 입고 촬영했는데 오히려 좋았어요. 멋진 것도 좋지만 편안한 게 최고거든요. 하하."

감색 정장, 빨간 나비 넥타이에 잘 손질된 머리. 근사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쑥스러웠던 걸까. 영화 '히어로' 시사회가 열린 지난 26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만난 정윤석(서울 보라매초 4학년) 군이 개구쟁이처럼 활짝 웃었다.

뛰어난 외모와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대세 아역 배우' 정윤석 군이 새 영화 '히어로'를 통해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 "누군가의 아역이 아니라 주연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5~6학년쯤 되면 주인공을 해볼 수 있을까'하고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왔어요. 제겐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가장 좋아요"

정윤석 군은 만 세 살 때인 2006년 '다섯 올챙이'란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MBC 드라마 '주몽'의 '유리 왕자' 역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서른 편 가까운 드라마에 출연했다. 2009년에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으로 SBS 연기대상 남자 아역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지상파 방송 3사 드라마에 요일별로 모두 등장해 화제가 됐다. "월·화요일에는 '굿닥터(KBS)', 수·목요일 '주군의 태양(SBS)', 토·일요일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MBC)'에 출연했어요. 세 작품을 함께 찍느라 스케줄에 쫓겼어요. 헷갈리진 않았느냐고요? 전혀요.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몰입할 수 있었어요."

알아보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팬카페 회원만 700여명에 이른다. "학교에 가면 5·6학년 형, 누나들이 교실로 찾아와서 사진도 찍자고 하고 사인도 받아가요. 힘들 때는 팬카페에 올라오는 응원 댓글을 보며 용기를 얻어요. '잘생겼다'는 칭찬도 좋지만 '연기 잘한다'는 말이 제일 듣기 좋아요."

◇영화에서 눈물의 '삭발 연기' 선보여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히어로'는 어린이드라마 '썬더맨' 광팬인 규완과, 아들 규완을 홀로 키우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암 투병 중인 규완은 썬더맨이 종영하자 밥도 안 먹고 치료도 거부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직접 '썬더맨'이 되기로 결심한다. 정윤석 군은 철부지 규완 역을 맡았다. 아들을 위해 쫄쫄이 의상을 입고 와이어 액션을 펼치는 아버지 역은 배우 오정세가 연기한다.

'히어로'의 김봉한 감독은 "윤석이는 타고난 끼와 감각으로 주문하는 것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대표적인 게 '목욕탕 삭발 장면'. 규완이 항암 치료를 앞두고 아버지에게 부탁해 머리를 미는 장면이다. "처음에 대본 받고 '어? 머리 미네?'하고 놀라긴 했어요. 하지만 영화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정세 아빠가 실제로 제 머리를 밀었고, 그 모습이 카메라에 전부 담겼어요. NG 날까 봐 걱정했는데 아빠가 감정을 잘 잡아주셔서 한 번에 끝냈어요."

▲ 정윤석 군이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신영 기자

정윤석 군은 "삭발 연기보다 벼락 맞는 장면을 찍을 때가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규완이가 썬더맨이 되겠다며 옥상에 올라가서 우산 들고 벼락을 맞는 장면이다. "환자복을 입은 채 뼈대만 남은 우산을 들고 쏟아지는 비를 전부 맞으며 촬영했어요. 봄이었지만 날씨가 겨울처럼 추웠어요. 맨살에 핫팩을 붙였는데도 우산 쥔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죠. 재밌는 건 규완이가 벼락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는 거. 영화니까요, 하하."

만 열 살, '7년 차 배우' 정윤석 군은 "모든 연기자의 장점만 골라 담은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오정세 아빠의 연기력과 유머 감각, 장동건 선배님의 얼굴, 이병헌 선배님의 몸매, 비 선배님의 노래 실력 등을 닮고 싶어요. 지금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꼭 그렇게 될 거예요."

영화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히어로'는 어린이부터 할아버지·할머니까지 누구나 볼 수 있는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예요.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지,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재밌게 봐주시고요, 100만 넘게 도와주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