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자리 잡은 옥저와 동예

한반도 북쪽 동해안에 자리 잡은 옥저와 동예는 고구려처럼 큰 나라를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왕이 없었고, 대신 '삼로'라 불리는 부족의 어른이 회의를 열어 나랏일을 결정했습니다. 이 두 나라 역시 연맹 형태의 나라였는데, 전쟁이나 위급한 일이 있을 때만 힘을 합쳤죠. 물론 보통 때는 부족 간에 서로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옥저와 동예가 한동안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쪽과 북쪽으로는 산이 높았고, 동쪽은 바다에 면해 있어서 외적의 침입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조선이 멸망한 뒤, 한나라가 설치한 낙랑군의 간섭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고구려에 흡수되고 말았습니다.

▷옥저｜옥저 땅은 기름진 편이어서 농사도 잘되고 해산물이 풍부했습니다. 하지만 고구려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으므로, 자신들의 특산물인 소금과 생선을 꾸준히 고구려에 바쳐야 했지요. 옥저 사람들은 민며느리 제도와 골장제의 풍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민며느리 제도는 어린 신부를 미리 데려와 잘 키운 후에 며느리로 맞이하는 풍습이었죠. 또한 골장제는 가족 중 누군가 한 사람이 죽으면 임시로 묻었다가 나중에 뼈만 추려 가족의 공동 묘에 옮겨 묻는 풍습이었습니다.

▷동예｜동예 역시 고구려에 단궁(활), 과하마(조랑말), 반어피(바다표범 가죽)와 같은 특산물을 바치며 보호를 받던 나라였습니다. 특히 단궁은 고구려의 활 맥궁과 함께 가장 좋은 활로 여겨졌지요. 동예 사람들도 아주 독특한 풍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강은 우리 부족 영역이니, 다른 부족은 들어오지 마라!" 그들은 이처럼 산과 강의 경계를 정해 놓고, 다른 부족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어요.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이것을 어기면, 노비나 소와 같은 가축으로 갚아야 했습니다. 이런 풍습을 '책화'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10월에는 한 해의 추수를 감사드리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밤이 새도록 축제를 벌였는데, 이를 '무천'이라 했습니다.

◇한강 남쪽에 세워진 삼한

고조선 시대에는 한반도 남부를 '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고조선이 멸망하면서 그 유민들 일부가 남쪽에 위치해 있던 '진'으로 내려왔습니다. 이제 '진'에는 고조선의 철기 문화와 토착 세력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한편 수없이 작은 나라들 소국이 생겨났습니다. 또 이 소국들이 연합하여 각기 마한, 진한, 변한을 이루었어요.

우선 마한은 목지국이라는 소국을 중심으로 경기도·충청도·전라도 지역을 아울러 무려 54개의 소국이 모여 연맹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진한은 사로국이라는 소국을 중심으로 경상북도 지역 12개 나라가, 또한 변한은 구야국이라는 소국을 중심으로 경상남도 지역 12개의 나라가 모여 연맹체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를 모두 합해 삼한이라고 불렀습니다. 마한은 삼한 중에서 가장 세력이 컸습니다. 그래서 마한의 한 나라인 목지국 대표가 왕이 돼, 삼한 전체를 대표할 때는 이 왕이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작은 소국들은 각각의 족장들이 다스렸지요.

삼한은 벼농사가 발달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살던 곳은 부여나 고구려보다 땅이 평탄하고 물도 많았기 때문이에요. 저수지를 만들어 가뭄에 대비했고, 벼 외에도 콩과 조, 수수 등의 곡식을 골고루 길렀습니다. 아울러 씨를 뿌리는 5월과 추수를 하는 10월에 하늘에 계절제를 올리는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변한과 진한은 철을 다루는 기술이 남달랐어요. 특히 김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던 변한의 구야국은 낙동강 물길 덕분에 철 수출의 중심지가 되어, 왜(일본)와 낙랑에 철을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훗날 마한은 백제의 밑바탕이 됐고, 진한은 신라, 변한은 가야 연맹의 토대가 됐습니다.


북멘토 제공·초등역사교사모임 글 (스토리텔링 초등 한국사 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