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 올해 수상자가 발표됐습니다. '대상(大賞)' 격인 공공 서비스 부문 수상의 영예는 미국 정부의 무차별적인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이 안았어요.

퓰리처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14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2014 퓰리처상 선정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퓰리처상은 매년 공공 서비스, 탐사 보도, 해설, 속보, 사진 등 14개 언론 부문에서 수상작을 뽑아 시상합니다. '탁월한 보도(distinguished)'가 주된 심사 기준이죠. 공공 서비스 부문만 언론사를 수상자로 선정해 금메달을 주고, 나머지 13개 부문은 기자 개인에게 상금 10만달러를 제공합니다.

WP와 가디언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건네받은 수천 건의 비밀 문건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부터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인 도·감청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NSA가 미국 국민은 물론, 외국 정상의 통화 기록과 이메일 정보 등을 불법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죠.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계속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NSA의 비밀 정보 수집을 제한하겠다는 개혁안을 내놨습니다. 퓰리처상 심사위원회는 이번 수상과 관련, "권위 있고 통찰력 있는 보도를 통해 일반 국민이 국가 안보의 더 넓은 틀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했어요.

속보 부문 상은 지난해 4월 보스턴마라톤 테러 사건과 범인 검거 과정을 심도 있게 보도한 보스턴글로브가 받았습니다. 사진의 경우 속보(케냐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와 기획(보스턴 테러로 다리를 잃은 부상자) 분야 모두 뉴욕타임스(NYT) 기자들이 수상했어요.

▲ 조선일보 자료사진

한편, 퓰리처상은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조지프 퓰리처<오른쪽 사진>의 유언에 따라 1917년 제정됐습니다. 1847년 4월 10일 헝가리에서 태어난 그는 17세 때 미국으로 건너왔는데요. 수년간 기자 생활을 한 뒤 1878년 지역 매체를 인수·창간해 신문 경영에 나섰죠. 1883년엔 '뉴욕월드'를 사들여 미국 내 1위 발행 부수 신문으로 만들었습니다.

국가 정책에 동조하는 점잖은 언론이 대부분이었던 19세기, 그는 비판 저널리즘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무엇이든 잘못된 일을 공격하는 걸 결코 두려워해선 안 된다" "신문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치는 도덕 교사다" 등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죠.

1890년 무렵 과로와 신경쇠약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1911년 10월 29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남긴 기금으로 컬럼비아 대학에 신문학부가 생겼고, 퓰리처상이 만들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