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의 소년이 왼손에 샤프를 쥐었다. 그리곤 앞에 놓인 하얀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샤프가 종이 위를 지나갈 때마다 마법처럼 다양한 형태의 그림이 그려졌다.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조금 전과는 달리 소년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말없이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 지 10여 분이 흘렀을 즈음. 종이 위에 캐릭터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은 “웹툰 ‘지구 꼬마’의 주인공 캐릭터인 ‘리키(riki)’”라고 설명했다. 이 소년은 바로 환경의 중요성을 웹툰(Webtoon)을 통해 널리 알리고 있는 이록(서울 신동초 5년) 군이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소년조선편집실에서 이 군을 만났다.

◇블로그 통해 웹툰 '지구 꼬마' 연재

이록 군은 자신의 블로그(www.earthkid.net)에 웹툰 '지구 꼬마(earth kid)'를 연재하고 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어린이 '리키(riki)'와 '피키(piki)'가 지구를 오염시키려는 악당들을 물리쳐 지구를 구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제가 어벤저스, 헐크 같은 히어로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영웅물을 자주 그리곤 했죠. 지금 연재하고 있는 지구 꼬마의 경우에는 '메탈 티스(Metal Teeth)'라고 예전에 그렸던 만화에 환경 이야기를 접목시켜 재탄생시킨 웹툰이에요."

이 군이 '지구 꼬마' 연재를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유엔환경프로그램인 유넵 툰자(UNEP TUNZA ICC) 회원이 된 이후 자신의 전공을 살려 또래 친구들에게 지구 환경 문제에 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엄마가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아서 저 또한 환경 문제를 주의 깊게 지켜봤어요. 그러던 와중에 환경과 관련된 애니메이션을 보게 됐어요. 너무 어렵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직접 만화를 그려보자고 결심했죠."

◇웹툰 그릴 수 있었던 건 갈고 닦은 그림 실력 덕분

이록 군이 품이 많이 든다는 웹툰을 그릴 수 있었던 건 어린 시절부터 갈고 닦아온 그림 실력 덕분에 가능했다. 부모님 사업차 태국, 중국 등지에서 생활한 이 군에게 그림 그리기는 가장 좋은 친구이자 취미였다. 2살 때 처음 연필을 잡았다는 이 군이 지금까지 그린 그림과 만화만 천여개에 달한다. "어려서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일이 있었데요. 부모님과 식사를 하려고 한식당에 들렸는데요. 제가 식탁 위에 놓인 메뉴판을 뒤집고 거기에 그림을 그렸데요. 그만큼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나 봐요.(웃음) 그때부터 제 가방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종이와 연필, 펜 등을 항상 넣고 다녀요."

이 군은 2010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국내뿐 아니라 'Radiant Peace Art Contest(2012)' 'State fish Art Contest(2012)'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린 미술대회에 작품을 출품해 수차례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 군은 "이런 활동들이 나에게 자신감을 줬다. 웹툰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웹툰에서 나아가 다양한 방식의 환경 운동 하고 싶어"

이록 군이 웹툰 '지구 꼬마' 한 회 분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일주일 정도다. 기획 초반 잡혀진 5개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환경과 연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가장 먼저 진행된다. 이후 종이에 직접 그린 만화를 컴퓨터로 옮겨 채색과 보완 작업이 이뤄진다. "스토리 텔링 하는 게 힘들어요. 환경을 지키는 영웅들의 이야기다 보니까 이와 관련된 전개가 논리적으로 돼야 하잖아요. 이야기가 막힐 땐 부모님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해요. 디자인적인 요소는 아빠가 멘토가 돼주시기도 하고요. 그렇게 웹툰 지구 꼬마가 탄생한답니다."

이 군은 웹툰에서 멈추지 않고 '지구 꼬마'에 등장하는 캐릭터 '리키'와 '피키'를 이용해 더 광범위한 환경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리키의 캐릭터 저작권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한 상태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우선 리키 캐릭터를 이용해 문구류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싶어요.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도 만들 거예요. 쿠키런 게임처럼 리키가 달려가면서 쓰레기를 모아 더 강해지는 그런 형태로 말이에요. 이를 통해 또래 친구들에게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인식시키고 싶어요!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