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사성어에 금슬상화(琴瑟相和)란 말이 있습니다. 금(琴·거문고), 슬(瑟·큰거문고), 상(相·서로), 화(和·조화로운). 즉 금과 슬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뜻으로, 부부 사이가 다정하고 화목하다는 뜻으로 사용되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등장하는 '금'과 '슬'은 과연 어떤 악기일까요?

금과 슬은 중국의 고대악기입니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시기는 고려시대인데요. '대성아악'이라는 중국의 궁중음악이 전해지면서 그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인 금과 슬이 함께 전해지게 됩니다.

먼저 금이라는 악기에 대해 알아볼까요? 7개의 줄을 가진 금은 거문고와 비슷하게 생긴 악기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줄을 받치는 괘나 안족이 없다는 것인데요. 대신 공명통 위에 '휘(徽)'라고 부르는 흰 조개껍데기를 열세 개 박아놓았습니다. 이 휘를 손으로 짚어서 소리를 냅니다.

슬은 우리의 가야금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러나 가야금보다 훨씬 큰 공명통을 지니고 있으며, 25개의 줄과 그 줄을 받치는 세모 모양의 괘로 이뤄집니다. 넓은 공명통 위에는 구름 사이를 날고 있는 한 쌍의 학이 그려져 있어요. 구름과 학은 우리 민간신앙에서 상징하는 열 가지의 오래 사는 사물인 '십장생(十長生)' 중의 하나로 장수를 의미합니다.

금과 슬이라는 악기는 어떻게 서로 어우러지게 됐을까요? 금과 슬은 8가지 악기 재료 중 실로 만든 '현악기'입니다. 또한 궁중음악인 '아악기'로 편성돼 제례악에 사용됐어요. 궁중에서만 쓰였기 때문에 일반 백성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지요. 오늘날에는 공자와 유학자들을 위한 제사인 '문묘제례악'에서만 사용됩니다.

두 악기는 문묘제례악에서 항상 함께 연주됩니다. 금은 줄을 받치지 않고 그냥 손만 짚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음량이 작고 우아한 소리를 냅니다. 반면 슬은 25개의 많은 줄로 옥타브와 화음을 내며 슬과 조화를 이룹니다. 악기의 크기만 봐도 아담한 금은 부인을, 커다란 슬은 남편을 각각 연상시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부간의 정과 사랑을 가리켜 '금슬'이라고 부르게 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