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지 않기·대화 나누기·뒷정리 하기 몸도 인성도 '쑥쑥'행복이 자라는 식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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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27 09:36

서울 천동초 '밥상머리 교육' 현장


	천동초 2학년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만든 요리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천동초 2학년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만든 요리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이경민 기자
조선 중기의 문신 류성룡(1542~1607년)의 집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문가(家)다. 그의 후손들이 대대로 높은 벼슬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밥상머리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 류성룡은 밥상머리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라 여겼다.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리며 '절제'를 배우고, 같이 나눠 먹는 태도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깨닫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성공을 위한 중요한 습관이 된 것이다.

자녀와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며 예절을 가르치고 바른 인성을 길러주는 '밥상머리 교육'이 가정을 넘어 학교에서 실현되고 있다. 단지 밥만 같이 먹는 게 아니라 재료 준비와 조리 등 식사 전후 모든 과정에 자녀를 참여시킴으로써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 어린이가 ‘우리 가족의 밥상 풍경’을 그리고 있다.
한 어린이가 ‘우리 가족의 밥상 풍경’을 그리고 있다.
"엄마, 어제 우리 밥 먹으면서 뭐 했지?"

지난 22일 서울 천동초등학교 과학실. 2학년 어린이 30명과 학부모들이 둘씩 짝을 이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주제는 '우리 가족의 밥상 풍경'. 아빠의 퇴근이 늦어져 엄마와 둘이 밥을 먹는 모습, 가족이 오순도순 웃으며 식사하는 모습, 굳은 표정으로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의 모습까지 모두 제각각이었다.

이어진 발표 시간, 친구들 앞에 선 임수민 양은 "우리 가족은 식사할 때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며 자랑했다. "어제는 '자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앞으로도 식사 시간에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면 좋겠어요."

한 어린이는 "밥 먹을 때 엄마 아빠와 대화를 거의 안 한다"고 털어놨다. "이제부터는 식탁에서 내 꿈과 미래에 대해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자신이 그린 ‘우리 가족의 밥상 풍경’ 그림을 발표하는 모습.
자신이 그린 ‘우리 가족의 밥상 풍경’ 그림을 발표하는 모습.

	즐겁게 음식을 먹는 학생들.
즐겁게 음식을 먹는 학생들.

이날 천동초에서는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건강한 밥상 바른 인성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전문 강사의 지도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요리하고 식사 예절을 배우는 밥상머리 교육 프로그램으로 교육부와 풀무원식품이 공동 주관한다. 수업 내용은 △우리 가족의 밥상 풍경 그리기 △건강한 식단 준비하기 △함께 요리하기 △완성 요리 맛보며 식사 예절 배우기 등으로 구성됐다.

어린이들이 가장 즐거워했던 건 주먹밥과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이었다. 앞치마를 입고 머릿수건을 쓰고 위생 장갑을 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밥과 방울토마토, 양배추, 깻잎 등 재료가 준비되자 아이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서툰 칼질에 재료가 잘리지 않을 땐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깻잎은 비타민이 풍부해서 몸에 좋아."

"와, 우리 딸 정말 잘하네!"

요리를 만드는 동안 학부모들은 재료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을 설명해주며 자녀를 격려했다. 홍선아 양은 "엄마에게 칭찬을 받으니 신난다. 다음엔 더 멋진 요리를 만들어 엄마에게 주겠다"며 웃었다. 김민희 식생활 교육 전문 강사는 "함께 음식을 만들다 보면 대화와 스킨십이 저절로 된다.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먹밥을 만드는 학생과 학부모.
주먹밥을 만드는 학생과 학부모.
이제 완성된 요리를 맛보며 본격적으로 식사 예절을 배울 차례. "식탁에서는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앉습니다. 어른이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렸다 함께 식사를 시작하고 '잘 먹겠습니다'라는 감사 인사를 해야 합니다. 음식을 씹을 때와 수저를 내려놓을 때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합니다. 젓가락으로 음식물을 뒤적거리지 말고, 식사 중 재채기와 기침이 날 땐 고개를 돌리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합니다. 밥을 다 먹었어도 다른 가족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먹고 난 그릇은 스스로 정리하세요." 강사의 설명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주하 군은 "오늘 수업을 통해 식사 예절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다. 앞으로 밥 먹을 때 배운 대로 꼭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강대한 군은 "수업이 재밌어서 1시간 30분이 금방 지나갔다. 직접 요리를 하면서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장인자 교육부 학부모지원팀 교육연구관은 "밥상머리에서의 풍부한 대화는 자녀의 어휘력, 인지력, 이해력을 길러줄 뿐 아니라 인성과 사회성에도 도움이 된다. 가족 간의 유대감도 높여준다. 지난해 35개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는 서울을 비롯한 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 초등학교 70여 곳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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