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길러낸 작물의 열매는 야생에서 자란 것보다 맛이 훨씬 좋습니다. 대신 사람의 도움 없이는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매가 커져 버렸지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개, 닥스훈트<아래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원하는 대로 개량되다 보니, 허리가 길어지는 기형적인 모습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각종 허리 질병에 시달리게 됐고요.

이런 인위 선택의 과정은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다양한 환경 변화와 다른 생물과의 경쟁에 강한 유전자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2005년에는 미국 중부지역에서 대량 재배하던 콩이 녹병으로 초토화됐습니다. 녹병은 식물의 잎이나 줄기에 녹균이 기생해서 생기는 병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류독감이 퍼져 사육되던 닭이 몰살된 사례가 있습니다. 유전자를 조작해 품종을 개량하고 대량 사육·재배한 결과입니다.

생물 다양성은 '생태계 다양성' '종 다양성' '유전 다양성'으로 설명됩니다. 이 중 야생 생물의 유전 다양성은 작물이나 가축과는 다르게 눈으로는 쉽게 가늠하거나 측정할 수 없어 간과되는 경우가 많지요. 멸종위기종의 경우 개체 수가 적고 서식지 간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습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개체 수가 많다고 해서 유전적으로 다양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생물 고유의 유전자를 살리는 복원 사업입니다.

공동기획｜ 소년조선일보·국립생물자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