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이 이토록 오랜 세월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비결. 과연 무엇일까요? 그 비결 중 하나는 바로 구전심수(口傳心授)입니다. 입 구, 전할 전, 마음 심, 줄 수. 구전심수란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받는다'는 뜻인데요. 이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음악 교육 방식입니다. 악보 없이 선생님이 한 가락을 들려주면, 제자들이 그대로 따라 연주하는 것인데요. 몸에 밸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하기 때문에 음악의 깊은맛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악보가 없어 잊어버리면 다시 기억해낼 방법이 없다는 게 단점이지요.

구전심수로 음악을 배울 때 선생님은 악기를 직접 연주하기도 하지만 '구음(口音)'으로 선율을 노래해 주기도 합니다. 구음은 '입 구'에 '소리 음', 즉 입으로 악기 소리를 흉내 내는 것입니다. 서양의 계이름으로 노래하는 것과 비슷한데요. 구음으로 배우면 악기 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 더 쉽게 가락을 익힐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장구의 '덩, 쿵, 기덕, 더러러러'가 바로 장구 소리를 흉내 낸 장구의 구음입니다.

다른 악기들은 어떤 구음을 가졌을까요? 거문고의 구음은 6개의 줄에 어느 손가락을 짚어 내느냐에 따라 '당, 동, 징, 덩, 둥, 등, 쌀갱, 싸랭, 슬기둥, 청' 등으로 부릅니다. 가야금의 구음은 12개의 줄에 각각 이름을 붙였는데요. 산조가야금의 경우 '청, 흥, 둥, 당, 동, 징, 땅, 지, 찡, 칭, 쫑, 쨍'으로 부른답니다.

관악기인 피리와 대금의 구음은 '나, 누, 루, 너, 노, 느, 르, 나'입니다. 예전에 '깽깽이' '깡깡이'로 불렸던 해금의 구음은 '가, 강, 까, 깡, 꺼, 낑'이고, 사물놀이의 꽹과리는 '갠지갠지 개갱' 등으로 장단에 맞는 신나는 구음을 자랑한답니다.

공동기획｜ 소년조선일보 · 소리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