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피어난 꿈

한영미 글｜강화경 그림｜개암나무｜1만1000원

"종이 맹그는(만드는) 일을 접을까 한다고."

한지 장인인 지호의 할아버지는 늙고 힘들어서 한지 만드는 일을 그만두려고 한다. 대신 평생 일궈 온 닥밭을 팔아 아들인 지호 아빠의 장사 밑천을 대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한평생을 바친 한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동네 이장으로부터 조선왕조실록 복원에 필요한 한지를 선정하는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할아버지는 뜻깊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수십 년간 한지를 함께 만든 아들 지호 아빠에게 같이 공모전을 준비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지호 아빠는 그 고생을 또 하고 싶지 않다며 돌아선다. 결국 할아버지는 오랜 동료인 서 할아버지와 공모전에 제출할 한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지 원료인 닥을 모두 못쓰게 되고 만다.

이 책은 한지의 고장으로 이름난 전주 흑석골을 배경으로 전통 한지를 만드는 장인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흔아홉 번의 손길이 간다는 한지 제작 과정이 동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책 끝에 있는 부록에는 한지의 역사적 가치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어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