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로 각국 화폐 가치를 평가한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요? 그렇습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86년부터 '빅맥지수'를 분기마다 발표하고 있는데요. 빅맥지수는 각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파는 빅맥 햄버거 1개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수치예요. 빅맥은 전 세계적으로 크기·품질·재료가 표준화돼 있기 때문에 나라별 화폐의 구매력과 환율 수준을 비교해볼 수 있죠.

29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 시각) 환율을 기준으로 한 빅맥지수 조사 결과 한국 지수는 4.0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전 발표 때인 3.47보다 15.3% 올랐는데요. 이는 우리나라 맥도날드 빅맥 가격인 4100원을 달러로 환산하면 4.0달러란 뜻이에요. 조사 대상인 57개국 중 28위에 해당하는 수치죠.

현재 미국에서 빅맥 가격은 4.8달러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보다 0.8달러 싼데요. 이 같은 빅맥지수에 따른 적정 원·달러 환율은 855원입니다. 1달러에 해당하는 적정 수준 원화가 855원이란 얘기예요. 하지만 29일 오후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024원. 적정가보다 원화가 저평가된 셈이죠.

빅맥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였습니다. 이 나라의 빅맥 가격은 무려 7.76달러로, 한국의 1.9배에 달했어요. 이어 스위스(6.8), 베네수엘라(6.82), 스웨덴(5.95), 브라질(5.86) 등의 순이었죠. 반면 빅맥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국가는 우크라이나(1.63), 인도(1.75), 남아프리카공화국(2.33), 이집트(2.37) 등이었어요.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번 조사를 통해 미국의 양적 완화에도 달러화 가치가 올랐다는 걸 알 수 있다. 올해 들어 세계 각국 통화(화폐)의 달러화 대비 가치가 15%가량 낮게 평가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양적 완화란 중앙은행이 통화를 직접 시중에 공급하는 정책을 말해요.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면 상대적으로 수출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펼치곤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