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와서 학교 가기도
싫다.
투덜투덜 학교에
터벅터벅 걸어간다.

으~ 지렁이다.
징그러워
피해서 가야겠다.
그런데 지렁이는 해맑게 웃으며
'우와~ 비다. 맘껏 놀아야지~'
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풀잎이
나에게 물을 튀겼다.
아이~ 차가워~
그런데 풀잎은
'하~ 목말라서 혼났네~'
하며 빗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이 세상은 나만 빼고 비 오는 날이
좋은가?

같은 비, 다른 느낌

〈평〉 가뭄으로 농촌은 한동안 목마른 나날을 보냈다. 아파트의 나무들도 비실비실 몸살을 앓았다. 한바탕 소나기라도 쏟아졌으면…. 기다림 끝에 내린 비가 고맙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다. 막상 비가 오면 눅눅하고 끈적거리는 게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귀찮게 우산도 들어야 하고, 밖에서 맘껏 뛰놀 수도 없다. 지렁이, 풀, 나무들은 '와~!' 환호성을 지르는데 말이다. 그래서 '같은 비'지만 서로 '다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