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보이는 별별 우리 떡

박혜숙 글｜김령언 그림｜한솔수북｜9500원

'밥 위에 떡'이란 속담이 있다. 밥만 먹어도 좋은데 떡까지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경사에 경사가 겹쳤을 때 쓰는 말이다.

우리 민족은 대대로 떡을 즐겨 먹었다. 종류만도 200가지가 넘는다. 생일, 결혼식, 장례식, 명절, 제사 등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떡을 만들었다. '떡'이라는 명칭은 '찌다'와 '떼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떡을 만들 때 곡식을 가루로 만든 뒤 시루에 쪄서 떼어내기 때문이다. '찌다→찌기→떼기→떠기→떡'으로 변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역사 속 떡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때는 한반도가 고구려·백제·신라로 나뉘었던 삼국시대.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은 '백제는 둥근달과 같고 신라는 반달과 같다'는 글이 새겨진 거북을 발견하곤 무당을 불러 무슨 뜻인지 묻는다. 무당은 "백제는 가득 찬 둥근달이니 이제 서서히 기울 것이며, 신라는 반달이니 점점 커져서 둥근달이 될 때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답한다. 의자왕은 화를 내며 무당의 목을 벤다. 이 소문을 들은 신라 사람들은 반달 모양의 떡을 빚어 나라의 발전을 빌었는데, 이 떡이 바로 '송편'이다.

떡이 나쁜 일에 이용된 적도 있었다. 고려 중기 이자겸은 자신의 둘째 딸을 제16대 왕인 예종와 결혼시킨다. 이어 외손자인 인종을 제17대 왕으로 세우고는 셋째 딸과 넷째 딸을 또 인종에게 시집 보낸다. 왕의 외할아버지이자 장인이 된 이자겸은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다. 이자겸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이번에는 인종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자겸은 인종에게 독이 든 떡을 선물한다. 인종이 떡을 맛보려는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낀 왕비가 떡을 가로채 날아가던 까마귀에게 던져준다. 까마귀는 그 자리에서 죽었고 이자겸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조선 제16대 왕인 인조는 이괄이라는 신하가 일으킨 반란으로 도읍 한양을 떠나 충남 공주로 피란을 간다. 이곳에서 인조는 콩고물을 묻힌 찰떡을 먹게 되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인조가 떡 이름을 물었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신하들은 그저 '임 서방이라는 사람이 반죽을 잡아당겨 잘라 만든 떡'이라고만 대답했다. 인조는 이 떡을 '임절미'라 이름 짓는다. '임서방이 잘라 만든 떡'이란 뜻이다. 이 임절미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인절미'가 된 것이다.

오늘날엔 예전보다 떡 먹는 일이 줄었다. 그러나 특별하고 중요한 날에는 여전히 떡을 찾는다. 아기가 태어난 지 1년째 되는 날인 '돌'때는 인절미와 오색 송편을 상에 올린다. 인절미는 끈기 있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고, 오색 송편은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라는 뜻이다.

다가오는 추석, 가족들과 송편을 먹으며 나눌 만한 '떡 이야기'가 알차게 담긴 책이다. 쫄깃한 떡의 흔적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우리 역사의 명장면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