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자료사진 제공

'끝판대장' 오승환(32세·한신 타이거즈)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연장 10회 마운드에 올라 팀의 5대4 승리를 지켜내며 시즌 33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로써 그는 2008년 일본 야구팀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뱀직구' 임창용(38세·삼성 라이온즈)이 세웠던 일본 진출 첫해 최다 세이브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번 주 스포츠뉴스에서는 센트럴리그 세이브 1위를 질주하며 매 경기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는 오승환의 올 시즌 발자취를 살펴봤다.

◇불안한 모습으로 보낸 시즌 초반

오승환은 명실상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2005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9년을 뛰며 통산 444경기에서 277세이브(28승13패11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무려 126세이브를 올리는 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가 2006년과 2011년에 달성한 47세이브는 아시아 최대 세이브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11월, 해외 야구리그를 경험해보고 싶었던 오승환은 계약 기간 2년에 인센티브를 포함한 최대 총액 9억엔(약 94억5000만원)을 받고 일본 명문 구단인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그의 일본 진출이 공식적으로 발표됐을 때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주 무기인 빠른 직구만으로는 기본기가 탄탄한 일본 타자들을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실제로 오승환은 시즌 초반, 일본 야구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데뷔 첫 등판이었던 3월 29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첫 세이브를 수확했으나 지난 4월 3일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는 1이닝 1실점 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특유의 돌직구로 세이브 쌓아

하지만 오승환은 역시 오승환이었다. 일본 야구에 금세 적응한 그는 150㎞를 넘나드는 직구에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흘러나가는 예리한 슬라이더를 주 무기 삼아 타자들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4월 10일 요코하마전을 시작으로 6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 무실점 피칭 시발점이 됐던 요코하마전에서는 일본 무대 데뷔 첫 승을 수확했다. 이어 4월 18~20일에는 3일 연속 마운드에 올라 잇따라 세이브를 챙겼다. 오승환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일본 언론도 극찬을 쏟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0일 야쿠르트와의 경기에서 오승환이 지난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블라디미르 발렌틴(30세)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자 일본 언론들은 "역시 수호신"이라고 극찬했다.

지난 7월, 오승환은 한·일 통산 300세이브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거뒀다. 7월 21일 일본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회 초 등판해 2안타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며 올 시즌 23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챙긴 277세이브까지 더하면 통산 300세이브다.

지난달 12일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9회 등판해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으며 28세이브를 거둬, 한신 타이거즈 역대 외국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한 시즌 최다 세이브 도전장

2일 기준 오승환은 51경기에 출전해 1승3패 33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사실상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예약한 셈이다. 센트럴리그 세이브 2위를 달리고 있는 요미우리의 스캇 매티슨(30세)은 21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오승환과 무려 12세이브나 차이가 난다. 만약 오승환이 세이브 1위에 오른다면 한국인 투수 최초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구원왕을 차지하는 투수가 된다.

이처럼 일본 무대 첫해 연착륙에 성공한 오승환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아직 남아 있는 여러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일단 오승환은 1997년 선동열(51세) 현 KIA 타이거즈 감독이 세운 한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인 38세이브에 5개 차로 접근했다. 앞서 한·일 통산 300세이브를 달성한 임창용의 시즌 최다 세이브는 2010년 기록한 35세이브인데, 지금 페이스로는 둘 다 넘어서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여기에 오승환은 마크 크룬(41세·요미우리)이 2008년 기록한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인 41세이브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신이 현재 27경기를 남겨놓고 있어 블론세이브(세이브 조건에서 동점 혹은 역전 당할 경우를 말함)만 기록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도전이 가능하다.

>> 오승환 2014 시즌 주요 전적

2013년 11월 22일

한신 타이거즈 이적 합의

2014년 3월 29일

요미우리전에서 첫 세이브 달성

2014년 4월 10일

요코하마전 첫 승리 달성

2014년 5월 18일

요코하마전 10 세이브 달성

2014년 7월 10일

히로시마전 20 세이브 달성

2014년 7월 21일

요미우리전에서 23세이브 달성하며 한·일 통산 300세이브 기록

2014년 8월 17일

요코하마전 30 세이브 달성

2014년 8월 27일

요미우리전에서 33세이브 달성하며 한국 프로야구 출신 일본 진출 첫해 최다 세이브 기록과 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