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전북 익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51회 대통령기전국장사씨름대회' 초등부 단체전 결승전. 정적을 뚫고 전북 김제초와 인천 용일초 씨름부 선수가 나란히 경기장에 들어섰다. 선수들의 표정이 무척 비장했다. 이날 경기는 전국 최강 씨름부를 가르는 경기였던 만큼 시종일관 팽팽하게 진행됐다. 결국 승부는 마지막 7경기에서 갈렸다. 김제초 마지막 주자로 나온 김세진(6년) 군이 상대 선수를 끌어 치기와 밀어 치기로 공략해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김제초는 2000년 '회장기전국장사씨름대회' 이후 14년 만에 단체전에서 전국 무대를 제패하는 영광을 안았다.

◇대통령기 전국 대회에서 전승으로 우승

"하나~둘, 하나~둘!" 지난 1일, 전라북도 김제시 김제초등학교 내에 있는 씨름장은 선수들의 기합 소리로 가득 찼다. 매일 방과 후마다 진행되는 훈련을 하고 있던 것이다. 온몸을 이용한 고된 훈련이었지만 어린이들의 표정은 다들 밝았다. "대통령기에서 우승하고 더욱 열심히 씨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럴 거예요."(정종근·6년)

김제초는 이번 대통령기전국장사씨름대회 단체전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전국 각지의 씨름 명문 초등팀을 꺾고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제초는 8강에서 맞붙은 대전 둔원초를 4대2로 꺾은 데 이어 준결승전에서는 서울 삼전초를 3대2 상황에서 역전시켜 4대3으로 승리했다. "대회를 앞두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자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해볼 만하더라고요. 특히 준결승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여섯 번째 경기에서 지면 우리가 떨어지는 상황이었거든요. 주장인 용건이가 선수로 나와 동점을 만들고 세진이가 역전시켜 승리를 따냈죠. 그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웃음)."(장현민·6년)

역전승으로 상승세를 탄 김제초는 결승에서 상대 학교인 인천 용일초를 4대3으로 이기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회를 앞두고 발뒤꿈치를 다쳐서 깁스를 했었어요. 그래서 훈련을 제대로 못해서 자신감이 없었어요.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져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죠. 다 함께 좋은 성적을 이룬 것 같아 정말 행복해요!"(유대규·6년)

◇선수 제각각 다양한 씨름 기술 보유해

김제초 씨름 선수들은 각자 남다른 주특기 기술을 가지고 있다. 밭다리부터 배지기 등 힘과 감각을 활용한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 다양한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주장인 박용건(6년) 군이다. 박 군은 고난도 기술 중 하나인 빗장걸이 등을 주무기로 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기 준결승전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이가 바로 박 군이다. 듬직한 덩치와 리더십 등으로 동료 선수들은 박 군을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긴다. 김수근 김제초 씨름부 감독은 "용건이가 덩치가 있는 편이지만 무척 몸이 부드럽다. 쉽게 안 넘어가고 상대방 중심을 잘 파악해서 공략할 줄 아는 선수"라고 귀띔했다.

장사급(110㎏ 이하)인 김세진(6년) 군은 '배지기'와 '밀어 치기'가 주특기다. 김 군은 자신만의 기술을 바탕으로 대통령기 준결승과 결승에서 큰 역할을 해냈다. "체급별로 순서가 정해지다 보니 저는 항상 마지막이에요. 그래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죠. 하지만 훈련한 데로 기술을 써보니 먹히더라고요. 제가 힘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웃음)."

씨름을 시작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김재민(3년) 군의 경우는 자신에게 맞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여름 전지 훈련을 통해 다른 학교 선수들과 교류하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주기술이 앞무릎 치기와 오금 당기기 등인데요. 더욱 노력해 형들처럼 많은 기술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김제초 씨름부의 활약, 지켜봐 주세요!"

▲ 단체전 영광의 우승 트로피예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선수들은 학교 내에 있는 씨름장으로 달려간다. 선수들은 기초 체력 훈련부터 기술 동작 연습, 실전 시합 등을 힘든 기색 없이 소화한다. "지난 여름방학도 전지 훈련과 자체 훈련 등으로 거의 모래 위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힘들지 않냐고요? 전혀요. 오히려 친구들, 동생과 함께 운동을 해서 즐겁기만 한 걸요. 그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잖아요(웃음)." (유대규)

김제초 씨름부는 오는 9월, 올해 마지막으로 열릴 전국 단위 대회인 '학산 김성률배 전국 장사씨름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이번 목표는 체급별 상위권 입상이다. "단체전에 출전하지 않고, 개인별 출전을 할 예정이에요. 아직 어떤 선수가 출전할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요. 저희 김제초 씨름부의 활약을 지켜봐 주세요!"(박용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