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자꾸만 제 말을 오해하는 건 왜일까요?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에 간 지웅이는 식판을 들고 현우, 민찬이와 함께 앉아 밥을 먹었어요. 지웅이는 현우와는 친했지만, 민찬이와는 별로 친하지 않아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어요. 막 밥을 먹기 시작했을 때 현우가 민찬이의 식판을 흘끔 쳐다보며 물었어요.

"네 식판엔 왜 달걀찜이 없냐?"

"나 달걀 못 먹어."

민찬이의 말을 듣고 지웅이가 한마디 했어요.

"야, 너 편식하냐?"

"아니야. 알레르기가 있어서 못 먹어."

"쳇, 편식하는 애들은 다 그렇게 말하더라."

지웅이의 말을 들은 민찬이의 얼굴이 붉어졌어요.

"나 정말 알레르기 있거든."

"아, 알았어. 누가 뭐래? 깨작깨작 먹는 애들이 다 그렇게 얘기하니까, 나도 그냥 말해 본 거야."

"지웅이 넌 왜 말을 그렇게 하냐?"

현우가 밥을 먹다 말고 굳은 표정으로 지웅이에게 말했어요.

"야, 난 뭐 말도 못 하냐? 편식하는 건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고, 알레르기 핑계 대는 애들이 많으니까 그냥 말한 건데…."

지웅이가 억울한 듯 항변했지만 현우와 민찬이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지웅이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말을 오해한 친구들이 미울 뿐이었지요.

◇말을 상냥하게 포장하기

나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친구가 오해할 때가 간혹 있어요. 그런데 말이라는 것은 쏟아진 물과 같아서 한번 입 밖으로 빠져나가고 나면 다시 주워서 담을 수가 없지요. 그래서 자꾸 설명을 하다 보면 변명이 되고, 변명은 또 다른 오해를 낳고…. 참 답답하고 억울한 일이에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 우리 이런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볼까요? 내 생일날, 친구들이 각자 준비해 온 선물을 주었어요.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고, 축하 카드까지 써 넣은 선물을 건네주었지요. 그런데 그중 한 친구가 선물을 툭 던져 주면서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예요.

"포장지는 어차피 버릴 거니까 대충 쌌어."

그 친구가 준 것은 누가 봐도 생일 선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성의해 보였어요. 물론 포장이 전부는 아니에요. 포장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도 많아요. 그렇지만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과 아무렇게나 대충 싼 선물을 받아 든다면 누구나 포장이 잘된 선물에 더 눈이 가게 마련이겠지요.

말도 마찬가지예요. 말의 뜻이 선물의 내용물이라면, 말을 전달하는 방식은 포장이라고 생각하면 되지요. 아무리 좋은 뜻의 말이라도 기분 나쁘게 전달하면 큰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답니다.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말을 듣는 친구의 입장을 잘 헤아려야 해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친구가 이렇게 대답하겠지?'

'내가 친구라면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할 거야'

말하기 전에 이렇게 20초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도 말로 오해를 받는 일은 줄어들 거예요.

Tip!

대화를 잘 이끌어 가는 비결 중 하나는 상대방이 ‘응’이라고 대답하도록 질문하는 것이에요. 앞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긍정적인 대화를 하는 방법을 알려 줄게요.

―지웅: 너 혹시 달걀을 못 먹니?

―민찬: 응.

―지웅: 달걀을 못 먹는 사정이라도 있는 거야?

―민찬: 알레르기 때문이야.

―지웅: 아,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이 많구나.

사람은 누구나 첫 질문에 ‘아니야’라고 대답을 하고 나면, 그다음 대화에서도 자존심 때문에 계속 부정적으로 대답하게 된다고 해요. 그러면 대화는 점점 더 거칠어지고, 결국 서로에게 나쁜 감정을 갖게 되지요. 첫 질문을 할 땐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도록 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공동기획｜소년조선일보 · 을파소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모든 교양⑥친구의 마음을 얻는 법 51(글 전지은, 그림 김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