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독수리'는 3m에 가까운 날개를 이용해 하늘을 멋지게 비행하기 때문에 '하늘의 제왕'이라고 불립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수리를 카리스마 넘치고 탁월한 사냥 능력을 가진 '멋진 새'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알고 보면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독수리는 카리스마보다는 어설픔이 넘쳐납니다. 머리깃은 듬성듬성해 볼품없고 멍한 눈빛은 순박함을 넘어 어리숙하게 보입니다.

외모뿐만이 아닙니다.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먹이를 잡는다'해서 맹금류로 칭하나 사냥 능력은 전혀 없고 죽은 사체만 먹고 삽니다. 다른 독수리가 어렵게 사체를 발견해 먹고 있으면 훔쳐 먹기 바쁘고, 서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기 일쑤입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자기 몸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까치나 큰부리까마귀를 피해 다니며 눈칫밥을 먹고 산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는 몽골에서 번식을 마치고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 밀려 내려온 어린 새가 대부분이라 더 그렇습니다.

독수리는 철원과 파주 등 비무장 지대에 월동하던 겨울철새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서서히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남부 지방에서도 관찰되는 개체수가 늘고 있죠. 사냥 능력이 없어 대부분 축사 근처에 버려진 가축을 먹고 삽니다. 또 사람들의 관심과 먹이 주기 활동 등으로 최소한의 보호가 이뤄지고 있답니다. 하지만 독수리는 하늘을 비행할 때만큼은 분명 시선을 사로잡는 새입니다. 이들의 멋진 비행이 하늘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관심이 증가하길 기대합니다.

공동기획｜ 소년조선일보·국립생물자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