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젠은 투명하면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야. 플라스틱이나 세제, 살충제 등의 원료로 널리 쓰이는 물질이지. 벤젠은 탄소 원자 여섯 개와 수소 원자 여섯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원자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알 수 없어서 과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었어. 벤젠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19세기 화학계에서 어려운 숙제 중의 하나였지.

벤젠의 분자 구조를 알아낸 사람은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투스 케쿨레야. 케쿨레가 알아낸 벤젠의 분자 구조는 매우 특이해. 다른 화학물질과는 사뭇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지. 벤젠의 발견 뒤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어.

벤젠의 분자 구조에 대해 연구할 당시 케쿨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실험실에서 밤을 새웠지만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었어. 케쿨레의 머릿속에는 온통 벤젠을 이루는 탄소 원자 여섯 개와 수소 원자 여섯 개뿐이었어.

케쿨레는 매일 서너 시간만 자면서 연구에 몰두했어. 칠판과 마룻바닥, 공책, 벽 등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갖가지 모양의 화학식으로 도배했지. 탄소와 수소를 배열한 화학식도 셀 수 없이 많이 그려 봤어. 하지만 검증하면서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스스로 지우기를 반복했지.

어느 날 밤 케쿨레는 마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고 있었어. 너무 무리한 탓인지 흔들거리는 마차 안에서 그만 잠이 들어 버렸어. 반쯤 잠이 든 케쿨레는 눈앞에 떠다니는 탄소 원자와 수소 원자가 여러 모양으로 변하는 꿈을 꿨어. 그런데 어느 순간 원자가 한 마리 뱀으로 변하는 거야. 뱀은 꿈틀거리며 빙글빙글 돌더니 자기 꼬리를 물어 둥근 고리를 만들었어.

"선생님 도착했습니다." 마부가 부르는 소리에 케쿨레는 퍼뜩 잠에서 깼어. 눈을 비비며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뱀도, 고리도, 원자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어. 그제야 케쿨레는 자신이 꿈을 꿨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정신이 든 케쿨레는 꿈에서 본 고리 모양의 뱀을 떠올렸어. '옳거니, 바로 이거야!' 케쿨레는 벤젠의 분자 구조가 틀림없이 고리 형태일 거라고 확신했어. 곧바로 연구를 시작한 케쿨레는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벤젠의 고리 구조를 알아냈어. 오랜 세월 케쿨레를 괴롭히던 문제가 드디어 풀린 거야!

>> 아하, 그렇구나!

케쿨레는 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벤젠의 고리 구조를 발견했어. 우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케쿨레가 몇 달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민했기 때문에 이런 꿈도 꾸었을 거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낮 동안 생각했던 일에 대해 밤에 꿈을 꾼대. 수학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이 시험 전날 잠이 들어서 꿈에서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이야기도 있어.

사람이 밤에 잠을 잘 때는 깊은 잠이 들 때가 있고, 몸은 자는데 뇌는 깨어 있어서 깊이 잠들지 못할 때가 있어. 이렇게 깊이 잠들지 못하는 상태를 ‘렘수면’ 혹은 ‘역설수면’ 상태라고 해. ‘렘’은 자느라 감은 눈꺼풀 아래에서 눈알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야. 보통 여덟 시간을 자면, 깊은 잠과 렘수면이 교대로 약 다섯 번씩 나타나. 그리고 렘수면 상태일 때 주로 꿈을 꾼대.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밤에 꾸었던 꿈을 대부분 잊어버려.

사람이 왜 꿈을 꾸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과학자들은 렘수면 동안에 뇌가 낮에 배웠던 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저장하는 일을 한다고 해. 케쿨레처럼 말이야.

소년조선일보 · 찰리북 공동기획 | 별별 이야기 속에 숨은 과학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