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 소년

임지형 글｜이영림 그림｜아이앤북｜9500원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0년대 후반, 만주에 주둔하던 일본 731부대가 중국인·한국인을 상대로 콜레라 등 세균을 주입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대대적인 화학전(戰) 준비를 위해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한 것이다. 일본군은 실험 대상자를 '마루타'라고 불렀다. 인원은 무려 3000여 명. 마루타엔 어린이도 포함됐다.

이 책은 역사의 생채기, 마루타에 대해 다룬다. 잊어선 안 될 아픈 역사를 담담히 풀어낸다. 소재는 제목과 동일한 마루타 소년의 이야기. 저자는 "어느 날 한 책에서 '소각장에는 어린아이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는 대목을 읽고 펜을 들게 됐다"며 "마루타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동화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실상, 마루타의 암담한 현실, 비정한 일본군과 어른들…. 어두운 분위기가 내내 유지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작은 희망을 슬쩍 집어넣었다. 바로 주인공 마루타 소년 경복이와 간질병을 앓는 일본 소년 테츠오와의 우정. 그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비인간적이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는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도 아이들은 심장을 나누고 싶을 만큼 우정을 쌓을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칠흑 같은 어둠을 헤매다가 느지막이 한 줄기 빛을 찾게 되는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