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대왕과 함께 한 장 한 장 펼쳐 보는 훈민정음 해례본

이기범 글｜지문 그림｜그린북｜1만4000원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 -존맨(영국 역사학자)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며 가장 훌륭한 글자." -펄벅('대지' 작가)

세계적인 석학과 작가가 입을 모아 극찬하는 글자, 우리가 매일 읽고 쓰는 '한글'이다. 조선 제4대 왕인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중국의 글자인 한문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집현전 학자들과 새 글자를 만들기로 한다. 오랜 연구 끝에 1443년 한글(훈민정음) 28자를 완성하고, 다시 3년간의 보충 연구를 거쳐 1446년 세상에 내놓는다. 한글은 이처럼 한 나라의 왕이 오로지 백성을 위해, 백성을 생각하며 만든 글자다.

한글이 다른 글자와 구별되는 특별한 점은 또 있다. 발음 기관의 모습을 본떠 글자 모양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창제 원리가 세세하게 밝혀진 유일한 글자이기도 하다. 훈민정음 반포 당시 펴낸 '한글 사용 설명서'도 전해진다. 바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이 책은 훈민정음 창제 주역인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 정인지가 어린이들에게 직접 훈민정음 해례본을 설명해주는 형태로 구성된다. △훈민정음의 창제 이유가 담긴 서문 △소리 내는 방법을 담은 예의 편 △예의 편에서 설명한 내용을 여섯 부분으로 나눠 상세히 설명하는 해례 편 △정인지 서문 등을 한 장 한 장 펼쳐보며 이야기하듯 소개한다.

"새로운 글자를 만들려고 하니 막상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단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모양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어. 생각하고, 관찰하고, 연구하기를 거듭하던 어느 날, 드디어 나는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됐단다. 소리를 내는 기관인 발음 기관의 모습을 본떠 모양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어. 그것이 바로 닿아서 나는 소리인 닿소리(자음)였단다."

세종대왕은 닿소리와 가운뎃소리(모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우러지게 됐는지, 글자의 끝소리인 받침에는 어떤 섭리와 규칙이 숨어 있는지 친절하게 들려준다. 져비(제비), 러울(너구리), 비육(병아리), 두텁(두꺼비), 무뤼(우박) 등 재밌고 예쁜 순우리말도 만날 수 있다.

한글과 관련된 역사·인물 이야기도 다양하게 담겼다. '상풍(가을 바람)에 기후 평안하시온지 (숙모님의) 문안 알기를 바라옵니다. 뵌 지가 오래되어 섭섭하고 그리웠는데, 어제 편지를 보고 든든하고 반갑사오며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고 하니 기쁘옵니다.' 정조가 다섯 살 무렵 비뚤배뚤한 글씨로 쓴 한글 편지에는 외숙모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조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한글이 전쟁터에서 암호처럼 사용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임진왜란 당시 한글이 왜적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아 작전 지시문이나 비밀 글을 모두 한글로 적었다는 사연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 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한 번 더 풀어쓴, 훈민정음 해례본의 해설서다.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