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주인께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인 '어떤 학생'입니다.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날따라 맛나 식당 출입구에는 신발들이 정신없이 놓여 있었죠. 부모님과 식사를 마친 저는 그 정신없는 틈에서 제 신발을 겨우 찾아 식당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발이 어딘가 어색해서 보니, 제 신발이 아니고 얼마 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새 운동화지 뭐예요.

운동화를 들여다보는 제게 아버지는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셨고, 저도 모르게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대답하고 그냥 집으로 왔어요. 한참 고민했어요. 제가 너무 갖고 싶었던 운동화였던 데다가, 제 발에도 딱 맞았기 때문에 더 욕심이 생겼죠. 하지만 부모님이 보시면 "어디서 났느냐"고 물으실 테고, 친구들도 '신상'이라 관심을 가질 게 분명하기 때문에 떳떳하게 신고 다닐 수가 없었어요.

운동화를 신어 보지도 못하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탓에 평소처럼 친구들과 웃고 장난칠 수도 없었어요.

'이럴 바에 더 늦기 전에 운동화를 돌려주자!'

이렇게 마음먹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운동화 주인에게 직접 편지와 운동화를 돌려줘야겠지만 거기까지는 용기가 나지 않아 식당 주인 아주머니께 맡겨 놓았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런 나쁜 욕심 부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학생'에게

운동화 잘 받았어요. 나는 학생과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둔 아저씨예요. 학생이 이 식당에 부모님과 종종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편지를 남겨 봅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 아들과 함께 갔던 맛나식당의 신발장에는 신발이 꽉 차 있어서 신발을 입구에 벗어둔 채로 식당에 들어가야 했어요. 그날 아저씨 아들은 새로 산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운동화를 신고 왔었죠.

그런데 집에 갈 때 보니 아들의 운동화가 없어진 거예요. 누군가 실수로 신발을 바꿔 신고 간 것 같아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어요. 아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더군요. 나는 운동화를 찾을 수 있을 거라며 아들을 달랬어요. 식당 아주머니께 내 연락처를 알려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연락이 왔어요. 기쁜 마음에 식당으로 달려갔더니 식당 아주머니가 예쁘게 포장된 운동화와 편지 한 장을 건네주시더군요. 나보다도 더 마음고생을 했을 학생의 편지를 읽고 느낀 바가 있어 몇 자 적어봐요.

만약 학생이 처음부터 이 운동화를 고의로 신고 갔다면 그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친 것이니 '절도죄'가 성립해요. 그리고 실수로 다른 사람의 운동화를 신고 가다가 중간에 그 사실을 알게 됐는데도 그냥 가버렸다면 우리 형법의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죠. 그러니 학생의 행동은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하겠죠. 죄가 성립된다고 하니 무섭게 들리죠? 이런 행동으로 누군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우리 형법은 죄를 지은 사람을 엄하게 처벌하고 있답니다.

한편 우리 법에는 '유실물법'이라는 것도 있어요. 누군가가 잃어버린 물건을 발견하면 신속하게 물건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어요.

이처럼 법은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 주고,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벌하면서 우리 사회를 안전하고 질서 있게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해요. 내가 잃어버린 운동화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법을 잘 지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학생처럼 말이에요.

비록 실수로 내 아들의 운동화를 가져갔지만 그대로 갖고 싶다는 유혹이 컸을 텐데 용기 내어 이렇게 되돌려 준 학생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어요. '유실물법'에는 잃어버린 물건을 되돌려받은 사람이 물건을 찾아준 사람에게 물건 가격의 5~20%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주도록 하고 있어요. 이 운동화가 10만원 정도 하니까 20%인 2만원을 봉투에 넣어 놓을게요. 갖고 싶은 신발이 생기면 이 돈을 보태 사도록 해요.



선물이 팡팡!  '법 사랑 퀴즈'

Q. 길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발견했을 때 해야 할 행동에 관한 설명으로 잘못된 것은?

① 길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발견하면 신속하게 주인을 찾아주도록 한다.

② 주인을 바로 찾기 어려운 때에는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한다.

③ 길에서 주운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④ 길에서 발견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 것은 법이 정한 의무이기도 하다.


공동기획｜소년조선일보 · 법무부